레미콘 운송노조 '운송 거부'···제조사 "계약해지 등 강경대응"
레미콘 운송노조 '운송 거부'···제조사 "계약해지 등 강경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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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운송노조 "제조사 가격 협상 불응, 오늘부터 휴업 돌입"
제조사 측 "불법 휴업은 계약해지 사항···손해배상 등 법적조치 검토"
레미콘 타설 모습 (사진=서울파인내스DB)
레미콘 타설 모습 (사진=서울파인내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산하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하 레미콘 운송노조)이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를 상대로 운송단가 협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업에 돌입했다. 이에 레미콘 제조사 측은 개인사업자인 레미콘 운송자들의 단체 행동을 불법 파업으로 보고 법적 조치 등 강경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인 만큼 수도권 건설 현장의 셧다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수도권 레미콘 믹서트럭 운송 기사들이 모인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에 따르면 수도권 조합원(7964명)을 상대로 휴업 실시 여부에 대해 투표를 벌인 결과 83%(6613명)가 휴업에 찬성해 이날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레미콘 운송노조는 "사용자 단체에 4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운송료 협상을 요구했으나, 6월 말 계약 종료일까지 통합 협상을 회피해 운송 중단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면서 "계약이 종료일까지 운송료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휴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레미콘 운송노조는 기존 협상과 같이 수도권에 있는 레미콘 제조사를 하나로 통합해 한 번에 운반비 단가 계약을 맺자고 요구한다. 노조 관계자는 "레미콘 운송자의 경우 1년, 또는 2년 단위로 계약을 진행하는데 계약자 간 개별로 협상을 진행할 경우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레미콘 운송비 협상은 1~2년마다 권역별로 이뤄진다. 수도권에서 마지막 협상은 2022년이다. 당시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는 제조사와 운송료 합의가 불발되자 파업에 나섰다. 양측이 2년 동안 운송료를 5만6000원에서 6만9700원으로 24.5%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파업은 이틀 만에 종료됐다. 

올해도 권역별로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수도권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운송비 협상을 위해 무기한 휴업에 돌입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레미콘 운송노조 광주·전남 지역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회당 6만30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인상하는데 합의하면서 파업을 철회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레미콘 제조사 측은 강경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개인사업자인 운송 사업자들의 집단 운송 거부 등 단체 행위 자체가 명분이 없는 불법 행위이며, 수도권 운송비의 경우 12개 권역으로 나눠 합리적인 수준에서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각각 지난 5, 6월 레미콘 운송노조를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고용노동부 산하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결정을 근거로 단체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입장이다.

A 레미콘 제조업체 관계자는 "레미콘 운송 사업자들의 집단 운송 거부는 명백한 계약 위반 사항이자 불법 행위이며,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건설경기 침체로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레미콘 운송 사업자들의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판례에 따라 이들의 단체 행동과 통합 협상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운송비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주체에 대해 상호 간 입장차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건설 현장 셧다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레미콘 운송노조가 휴업에 들어가면 레미콘 공장 물류가 막혀 시멘트 출하와 골조 공사를 진행 중인 건설 현장 역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법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나온다. B 업체 관계자는 "이번 운송노조의 휴업에 따라 자재 수급이 막히는 상황을 방지하고 출하량을 맞추기 위해 업체들은 용차를 별도 고용해 운영 중인데 일부 공장에서는 노조 측이 용차 진입을 막으며 출하를 방해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면서 "운송자들의 집단 운송 거부 행위에 대해 손해 배상을 포함한 법적 조치까지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레미콘 운송노조 관계자는 "이번 휴업은 운송노조를 교섭 단체로 인정해달라는 내용의 지노위와 중노위 결정과 별개로 운반비 협상을 위한 것"이라면서 "건설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운송자들도 물가상승분에 대한 합리적인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려는 것인데 제조업체들이 협상 테이블조차 응하지 않으면서 의도적인 휴업을 유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양측 간 갈등이 현장 셧다운을 비롯한 건자잿값 및 공사비 상승 등 건설업계와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관계 행정당국이 적극 중재에 나서야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3년 전부터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어려운 업황 속에서 물가‧인건비 상승분을 단가에 전부 반영하지 못한 제조사들은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는데 레미콘 운송 사업자들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해마다 과도한 운송료를 요구해 왔다"며 "이들의 불법 행위로 공장 가동이 멈추게 되고 건자재 수급에 차질이 생겨 건설 현장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에서도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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