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집줄게 새집다오"···현실은 재건축 분담금만 5억원
"헌집줄게 새집다오"···현실은 재건축 분담금만 5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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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 2차 조합원, 재건축 후 비슷한 면적 받으려면 최소 4억6천~8억원 납부해야
공사비 인상 등으로 정비사업 사업성 낮아진 영향···"평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
용적률 인센티브로 분담금 낮춘 사례 아직 없어···추가 공사비 요구 사례도 빈번
"'내 돈 내고 새 집 들어간다'는 인식 전환 필요"···분담금 감당 여력이 정비사업 동력
1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 (사진=연합)
1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부동산 정비사업이 분양 침체, 공사비 인상, 금융 비용 상승 등으로 수익성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치솟는 공사비에 웬만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조합원 분담금이 수억원에 달하는 등 분담금 갈등도 커졌다. 과거에는 정비사업을 통해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었으나 황금 거위의 시대가 끝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시는 '신반포2차아파트 주택재건축'의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 지구단위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기존 1572가구 규모 아파트를 철거하고 최고 49층, 2057가구로 재건축하며 총 사업비는 1조4000억원 수준이다.

한강변 바로 앞에 위치한데다가 서울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강남 신세계백화점 등에 모두 인접한 핵심지다. 일반분양 세대 수도 약 500세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재건축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곳 조합원들은 재건축 후 같은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최소 4억6100만원(전용 68㎡ 보유 조합원이 전용 65㎡를 분양받을 경우)을 납부해야 한다. 전용 79㎡에서 재건축 후 전용 75㎡를 받으려면 5억3900만원을, 국민평형인 84㎡로 이전하려면 8억300만원을 내야 한다.

이곳의 3.3㎡당 종전자산 감정평가액은 조합원 보유 아파트에 따라 6800만원~1억1250만원 수준이다. 일반 분양가가 3.3㎡당 7500만원 수준인 것을 고려했을 때 동일 면적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분양가는 같은 수준이다. 즉, 재건축으로 인한 기존 거주자의 이득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곳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올해 아파트 매매가 수준인 5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통보받아 시공사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금천구 남서울럭키아파트 재건축도 추진위가 예상한 분담금 3억원을 수준이 아닌 최대 8억3000만원의 추정 분담금 소식을 들었다.

재건축 사업성을 가늠하는 기준인 '비례율'은 순수 사업수익을 종전자산평가액으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비례율이 100%이 넘으면 조합원 부담이 줄고 100%을 밑돌 수록 추가 분담금이 커진다. 신반포2차의 경우 조합원 추정 비례율이 75.33%으로, 최근 서울 핵심 사업지조차 비례율이 이처럼 저조한 모습이다.

이는 최근 공사비와 금리 인상 여파로 정비사업 추진 사업지에서 사업성이 낮아져서다. 주거환경연구원 자료를 보면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지난해 전국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을 기록해 2020년(480만3000원) 대비 43% 급증했다.

이윤홍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는 "원자잿값 상승, 주 52시간제, 레미콘 토요 휴무제 시행, 환경 규제 등으로 공사비가 크게 올랐다"라며 "대형 건설사 기준 평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가 올 수 있으며, 현재 수준의 금리와 시세를 고려하면 기본적으로 재건축 분담금이 평균 5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재건축을 진행해도 향후 집값 시세차익으로 인한 수익이 보장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일례로 현재 재건축 소식에 들썩이는 1기 신도시만 봐도 그렇다. 주민 동의율 90% 이상을 확보한 분당 상록마을우성아파트의 경우 전용 84㎡의 시세가 현재 15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는데, 분담금 4억~5억원을 더하면 일반 분양가가 19억~20억원이 된다. 고분양가로 자칫 분양 흥행에 실패하면 미분양 사태도 우려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말하고는 있지만 층수 제한 해제나 용적률 인센티브 등으로 재건축 조합원 분담금이 낮아진 사례도 아직까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장기간 실거주한 노년층을 중심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확산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정비사업은 공사비 증가 여파로 분담금 갈등이 심화한 상태다. 사업계획 단계에서 시행·시공사는 향후 가치 상승의 가능성에 대해 조합원에게 긍정 요소만 말하고 있지만, 공사비·분담금에 대해선 보다 보수적인 검토와 검증을 거쳐 높게 책정하고 있다. 한번 계약된 공사비도 이후 상황에 따라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이 교수는 "조합원들에게 개발 이익뿐만 아니라 손실에 대한 명확한 정보 제공도 해야한다"라며 "정비사업 진행 시 조합원들도 분담금을 충분히 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내 돈 내고 새 집에 들어간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 즉 추가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으냐가 정비사업 추진 동력이 된 상황"이라며 "추가분담금을 더 낼 여력이 있는 지역의 재건축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에 국지적, 지역적 양극화가 더욱 심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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