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개정 노조법, 사용자 재산권·경영권 침해 우려 있다"
한경협 "개정 노조법, 사용자 재산권·경영권 침해 우려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 공개
"노사간 힘의 불균형 야기···노사관계 악화 시킬 것"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한국경제인협회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내놨다. 7일 한경협은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를 넘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에 대한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사용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사전에 특정할 수 없는 다수의 사용자들이 노조법상 의무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또 사용자 범위 확대로 하청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원청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단체교섭이 가능해져 하청사용자의 독립성과 경영권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노사관계 질서가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노동쟁의 개념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임금인상, 근로시간의 조정 등 이익분쟁은 물론 이미 확정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 즉 권리분쟁도 노동쟁의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로 구조조정, 경영상 해고 등 사용자의 경영권 본질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쟁의행위가 가능해져 사용자의 직업의 자유(영업활동의 자유), 재산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되며 노사갈등과 대립 심화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급등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특히 보고서는 영국, 미국 등 주요국들은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이나 정치적 사항 등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무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정당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뿐 아니라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해서도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손해배상청구 제한 범위의 과도한 확대로 폭력·파괴행위, 정치파업 등 불법 쟁의행위를 포함한 모든 노조 활동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될 가능성이 있어 노조의 불법행위를 사실상 정당화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헌법적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불법 쟁의행위 또는 그 밖의 노조 활동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산정 시 각 손해에 대한 개별 조합원의 기여도를 고려하여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민법 제760조에서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연대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개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공동불법행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함인데,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연대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민법상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개정안은 헌법상 보장하는 사용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연대책임의 예외를 인정하는 특혜를 부여한 반면, 이에 따라 사용자가 입게 될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쟁의행위 등 노조의 집단행위에 따른 손실에 대해 개별 조합원의 기여도를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용자의 재산권에 중대한 침해를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구제보다 가해자의 보호를 우선시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쓴 차진아 교수는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실질적 대등성을 확보하자는 본래 입법 취지와 달리, 노조 측에 기울어진 입법으로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야기해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노조 불법행위의 사실상 정당화, 노사갈등 심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급증 등 개정안이 가져올 부정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법안 입법은 전면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저탄소/기후변화
전국/지역경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