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성과 비미란성 역류성 식도염까지 모두 치료 가능
"앞으로 시장이 재편되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시장에서 위산분비억제제(P-CAB, Potassium Competitive Acid Blocker) 계열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제약사들 간에 코프로모션(공동판매·마케팅)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역류성 식도염에는 PPI제제(Proton Pump Inhibitor)가 많이 쓰였으나 기존 약물에 비해 약효가 빠르고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해 P-CAB 출시 이후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6일 의약품 통계정보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P-CAB과 PPI 제제의 매출액은 총 9127억원에 달하며, 이 중 P-CAB이 차지하는 비율은 23.8%(2176억원)이다. P-CAB의 시장 점유율은 출시 첫해인 2019년 상반기 당시 4.0%에서 꾸준히 상승해 2024년 상반기 현재 27.1%로 증가했다.
PPI제제의 대표 제품인 한미약품 '에소메졸'은 40mg(1일 투여 기준) 보험 약가 1279원이고 P-CAB의 대표 제품인 HK이노엔 '케이캡'은 50mg(1일 투여 기준) 보험 약가 1300원으로 값의 큰 차이가 나지 않고 미란성 역류성 식도염만 치료가 가능한 PPI제제에 비해 P-CAB 제제는 미란성, 비미란성 역류성 식도염까지 치료가 가능하다.
이런 장점들로 P-CAB 제제 시장이 더욱 주목받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제약사들은 해당 제품의 공동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은 출시 이후 종근당과 협력해 공동 판매를 진행해왔으나 지난해 계약이 종료되고, 올해부터는 보령과 협력을 진행한다. 케이캡은 지난 2019년 9월 출시 이후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고 지난해 132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시장 1위 품목으로 성장했다.
대웅제약은 종근당과 파트너십을 맺고 펙수클루 공동판매에 돌입했다. 펙수클루는 지난 2022년 7월 발매 이후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고 출시 2년 차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2위를 차지했다. 앞서 케이캡으로 동일한 성분 제제의 공동 판매를 경험한 종근당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서며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해 지난 4월 국산신약 37호로 허가받은 차세대 P-CAB 계열 신약인 '자큐보'를 동아에스티와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는 '모티리톤', '가스터', '스티렌' 등 블록버스터 소화기 품목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유유제약 '타나민정' 및 셀트리온제약 '이달비정'의 공동판매를 하는 등 협업 경험이 많다. 제일약품 역시 소화기 질환 분야에서 오랜 기간 동안 강력한 영업·마케팅력을 앞세운 성공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공동판매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일동제약의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인 유노비아는 대원제약과 P-CAB 공동 개발 및 라이선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함께 협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원제약은 유노비아가 보유한 P-CAB 신약 후보물질 'ID120040002'와 관련한 향후 임상개발을 수행하고 해당 물질에 대한 허가 추진 및 제조·판매 등을 포함한 국내 사업화 권리 일체를 보유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P-CAB제제 제품 출시와 공동판매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시장이 과거 PPI제제 중심에서 P-CAB제제로 재편되며 많은 제약사가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제품력에 강점을 갖는 회사와 마케팅, 영업력에 강점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약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공동 판매 협업을 통해 매출 등 시너지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