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 기대 30% 하회···연내 인하폭 놓고 해석 엇갈려
예상밴드 1320~1360원···美 물가, ECB 소화하며 관망세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30원대 후반에서 눈치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 속 고용지표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며, 9월 '빅컷(50bp 인하)' 기대감을 낮췄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 흐름 속 선반영된 인하기대감의 조정국면이라는 진단이다.
이번 주 원·달러 환율(9~13일)은 8월 물가지표 발표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를 소화하며, 1330원대 후반을 중심으로 제한적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2.9원 내린 달러당 1337.0원에 개장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337.5원으로 출발해 1339.9원으로 보합권에서 마감한 바 있다.
이번주 외환시장의 주요 화두는 오는 17~18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가운데 인하폭에 대한 엇갈린 기대감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8월 비농업 부문의 신규고용이 전월 대비 14만2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16만5000명)를 크게 밑돈다. 이뿐만 아니라 7월 고용분이 기존 11만4000명에서 8만9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다만 실업률은 4.2%로 전월 대비 0.1%포인트(p) 하락했으며, 시간당 임금상승률도 0.4%로 한달새 0.1%p 확대됐다. 이는 고용지표 둔화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를 일부 해소했다.
그 결과 '빅컷' 기대감이 다소 완화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빅컷 기대감이 29.0%로 지난주 말 대비 14.0%p 가량 급락했다. 지난주 초 3.9%를 웃돌았던 미국채 10년물, 2년물 금리도 각각 3.73%, 3.66%선까지 후퇴한 상태다.
반면 11·12월 연속 빅컷 기대감이 강하게 반영, 연말 최종금리가 4~4.25%로 현재와 비교해 1.25%p나 급락할 것이란 전망이 가장 유력시(44.9%)되고 있다. 이에 6일 100.83pt까지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는 101.15pt까지 소폭 반등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발언도 이같은 양상을 뒷받침했다. 지난 6일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금리를 낮춰 통화긴축 수준을 줄이는 게 적절하다"고 발언했으며, 같은날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표 결과가 더 큰 폭의 인하 필요성을 시사한다면,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 인하 가능성은 강하게 시사한 반면, 9월 빅컷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이에 지난주 말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와 S&P500지수가 전장 대비 2.55%, 1.73%씩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시장내 리스크오프 분위기가 강해진 부분도 있다.
유로화 약세 역시 변수다. 오는 12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8월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2.2%까지 둔화되면서 금리인하가 유력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추가 인하에 대한 단초가 나올 경우 현재 1.11달러선을 웃돌고 있는 유로화가 다시 약세 전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변수는 물가지표다. 이번주 11일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2일에는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가 예정됐다. 현재 시장에선 CPI 상승률이 2.6%로 전월 대비 0.3%p나 낮아질 것이며, 근원 CPI와 PPI 또한 둔화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속 금리인하 기대감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종합하면 고용지표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며 금리인하폭에 대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달러 약세로 이동 하는 과정에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선반영된 기대감이 조정되는 국면이란 판단이다.
이번주 예상밴드는 1320~13660원이다. 다음주 추석연휴로 이번주가 FOMC전 마지막 조정구간인 가운데, 물가지표 및 ECB 결과 등을 소화하며 제한적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 1320~1360원
이번주 환율은 미국 CPI와 PPI 발표를 대기하며 레인지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미국 비농업고용지수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연준 이사의 매파적 발언 등에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상승했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 부진이 확인되며 미 국채금리가 하락압력을 받겠지만,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ECB를 소화하며 달러화가 지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주 FOMC를 경계하며 블랙아웃 기간 중 제한적인 흐름 보일 것이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 : 1335~1345원
9월 FOMC를 앞두고 경계심이 불거지면서 추가 하락이 발생할 것 같진 않다. 조금씩 레벨을 높여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적으로 봐도 다음주 추석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 결제수요가 미리 반영되면서 환율이 내려가긴 어려운 국면이다. 다만 환율이 상승한다고 해도, 현재 레벨을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1300~1350원
9월 FOMC에서 베이비컷을 단행할 확률이 여전히 높지만, 시장내 빅컷 기대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8월 미국 CPI 상승률은 빅컷 여부에 영향을 줄 변수이며, ECB 통화정책회의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주에도 빅 컷을 둘러싼 논란에 달러화는 박스권 횡보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원·달러 환율은 이번주에도 좁은 박스권 장세를 예상한다. 미 연준의 빅 컷 가능성과 엔 강세가 원화 강세를 지지하겠지만, 경기침체 우려와 불안한 국내 금융·경제 상황이 추가 하락폭을 제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