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삼성은행' 등장할까?
금산분리 완화…'삼성은행'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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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은행법ㆍ금융지주회사법 등 개정안 발표

[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ggarggar@seoulfn.com> 지난 13일 금융위는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ㆍ금융지주회사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한도는 현행 4%에서 10%로 확대되고,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통한 은행간접소유도 가능하게 됐다.
 
또 금융투자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 지배도 허용된다.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삼성은행의 출현 가능성이다. 삼성은 은행업진출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 무엇이 달라졌나?
현행 규제에 따르면 산업자본으로 분류될 경우 은행지분을 4%이상 소유하지 못한다. 단, 의결권 미행사를 조건으로 하면 10%까지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는 조건없이 10%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를 초과해 소유하면서 최대주주이거나 경영에 참여할 경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은행 임원 선임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사모펀드(PEF)의 경우 투자금 가운데 기업의 출자지분이 10% 이상이면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은행지분을 4% 이상 소유할수 없었던 종전과 달리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PEF의 기업출자지분 기준을 30% 초과로 완화했다.

국민연금 등 62개 공적 연기금의 경우 임대형 또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등 공공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산업자본으로 판단하는 기준에서 제외돼 공적 연기금은 금융감독원의 검사권 행사와 이해상충 방지 장치의 구비를 전제로 승인받아 은행을 제한없이 인수할 수 있다.
또한 금융지주회사 분야에서도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은행을 제외한 보험지주회사와 금융투자(증권)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이다. 다만 증권지주회사의 경우 금융 자회사에 제조업 손자회사가 허용되지만 보험지주회사의 보험 자회사는 제조업 손자회사를 거느리지 못한다.
 
■삼성은행의 탄생?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단연 삼성이다. 현행 보험업법에는 보험회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업 회사 주식을 모두 팔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보유하던 비금융업 회사주식을 보험지주회사 소유로 전환해 지배구조를 유지할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보험지주회사의 전환을 모색했던 삼성에게 유리한 개정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수준에서 규제완화가 멈춘다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지주사 역할을 한다면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 핵심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비금융회사들이 손자회사로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해 그에 따른 지분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이 지주회사가 되고 삼성생명이 대주주인 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투신 등 금융계열사들은 손자회사로 둘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삼성물산·호텔신라 등 비금융 계열사들은 손자회사나 증손자 회사가 될 수 없다.

만일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보험지주회사를 만든다면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손자회사들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데, 삼성생명의 손자회사들이 숫자도 많은 데다 지분매입을 위한 자금도 만만치 않아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미 은행업에는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 삼성생명·삼성화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이번 금산분리 완화조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은행업계의 반응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은행권의 반응은 대체로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산업이 발달하려면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산업자본의 진출이 본격화되면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금융시장에서의 경쟁뿐만 아니라 머지않아 예정된 국책은행의 민영화에 산업자본이 투입될 경우 필요 이상의 경쟁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대기업들이 은행산업진출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머지않아 진출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며 "대주주가 아니라는 조건을 전제로 금융시장에 국내 산업자본이 들어온다면 기본적으로 대형화가 필요한 시점에 금융시장 확충 여력을 공급할 수 있기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경쟁자 입장에서 보면 기존에 산업자본이 지니는 유통망이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상품 판매의 채널로 작용해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잠재적 경쟁자의 등장이 달갑지만은 않다는 것.

■잘했다 VS 잘못했다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논란은 개정안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뜨거웠다. 이를 의식한 듯 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정책국장은 13일 "금융위기 상황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시장안정을 위한 노력은 지속하면서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병행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이 삼성에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리가 제도를 만들면 가장 중요시한 것은 가장 합리적이면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이번 제도는 국내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것으로, 특정 대기업집단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5일 KBS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4%에서 10%로 상향 조정한 것은 미국의 경우 15%, 일본은 20%까지 허용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사전적 규제가 없다는 점에서 결코 무리한 방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험·증권지주회사에 제조업 자회사를 허용한 것 역시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 발전을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금산분리제도 완화조치는 금융과 산업 간의 칸막이를 허물어 경쟁력 강화와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양 부문간의 공조를 활발하게 함으로써 경쟁국보다 불리한 기업환경 정비 및 경제활력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했다.

반면 현재 세계적 금융위기를 고려했을 때 시기 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가 제도 변화를 추진해 혼란스럽다"며 "은행은 대체로 지분이 분산돼 있는데 산업자본이 10%까지 보유해 사실상 지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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