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사실상 선을 그었다. 금리인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확인한 후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3개월 내라는 조건부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먼저 이 총재는 금융안정 측면에 대해 "9월 아파트 거래량이 7월 대비 절반 수준이며,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률도 8월의 1/3 수준"이라며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한 이후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총재는 아직 금융안정을 확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9월까지의 숫자로 금융안정을 단언하긴 어렵다"며 "금리 인하가 주택 거래량이나 주택가격 상승률에 어떤 경향을 줄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인하의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금리가 3.5%까지 올라갔을 때는 인플레이션이 6%까지 올라간 상황이었는데, 이제 2% 이하로 떨어졌다"라며 "내수가 회복 중이라 해도 잠재성장률 보다 낮다.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에 비해서 크게 높지 않아 금리를 긴축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세 같은 엇박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총재는 "대출 항목에 따라서 금리가 달리 움직이는 것이 왜 엇박자라고 자꾸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대출이 부동산 쪽으로 쏠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은행에게도 좋지 않다. 은행의 대차대조표도 바뀔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위원님들의 3개월 이내 금리전망이 궁금하다.
△향후 3개월 내의 조건부로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후에도 3.25%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상황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향후 경제 여건을 점검하면서 정책을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나머지 1명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작동하기 시작했으며, 필요시 정부가 추가 조치를 시행할 의사를 밝힌 만큼 내수의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다.
-9월에 가계부채가 8월보다는 줄었지만, 그리 크게 준 것 같지 않다. 이 정도로 금융안정이 확인됐다고 판단하신 건지?
△주담대는 이전 2~3개월 전에 있었던 주택 거래량에 따라서 결정된다. 약간 후행하는 측면이 있다.
지금 보면 9월 아파트 거래량이 7월 대비 절반 수준이며,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률도 8월의 3분의 1 수준이다. 10~11월에는 내려갈 것 같다.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한 이후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
다만 금융안정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효과를 지켜봐야 되는 시기도 있지만, 금리 인하가 주택 거래량이나 주택가격 상승률에 어떤 경향을 줄지를 지켜봐야 한다. 9월까지의 숫자로 금융안정을 단언하긴 어렵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번 정책 공조에서 보다시피 가계부채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필요시에는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있고, 한은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정함으로써 금융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11월 연속 금리인하 가능성과 이번 금리인하가 매파적이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금통위원 5명이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11월을 포함한 앞으로 3개월 동안은 현 금리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이는 조건부이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면 변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로 인해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를 상당히 해야 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는 이번 금리인하를 매파적 인하로 해석하실 수 있을 것 같다.
-8월 금통위 때 민간소비 등 내수가 크게 부진한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오늘 금리를 인하한 근거는 무엇인지?
△이번에 금리를 낮추게 된 가장 큰 배경은 불필요하게 긴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내수에 관한 전망은 지금도 큰 변화가 없다.
금리가 3.5%까지 올라갔을 때는 인플레이션이 6%까지 올라간 상황이었다. 이후 금리를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기를 기대했는데, 이제 2% 이하로 떨어졌다.
물론 경기가 과열됐다면 긴축적인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내수가 회복 중이라 해도 잠재성장률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또한 경제성장률 자체도 잠재성장률에 비해서 크게 높지 않아 금리를 긴축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없었다.
-정부와 여러 기관들의 통화정책 관련 실기론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8월 금리 결정에 대해 여러 기관들이 실기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는 내수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하는지, 아니면 금융안정도 한꺼번에 고려하면서 하는지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한은은 금융안정도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판단이 옳았는지는 지금 당장은 평가하기 어렵다. 1년 정도 시간이 더 지나서 경기 상황과 금융안정을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보고 평가해 주시면 좋겠다.
사실 8월에도 내부에서선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여러 의견이 있었다. 당시 서울지역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연율 20%씩 급등했고, 이전부터 부동산 가격이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빨리 올라가는 형국이었다.
이에 정부와 소통해 거시안전성 정책을 강화한 다음에 인하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정부와 협조 하에 가계 대출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실기 관련 비판 전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음에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는 점을 생각해달라.
덧붙이면 지난 2년간의 물가안정 과정에서 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물가 목표(2%)를 달성했다. 특히 주요국보다 적은 폭의 금리 인상으로 보다 빠르게 물가안정을 달성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취임 이후 영끌족에 대한 경고를 여러 차례 하셨다. 금리를 인하한 현시점에도 해당 의견에 변화가 없으신지?
△영끌족에 대한 경고는 제가 투기적 측면에서 부동산 가격을 예측해 경고한 것이 아니다. 한동안 이자율이 예전 0.5% 수준으로 갈 가능성은 굉장히 적기 때문에, 빌려서 투자할 경우에 이자율이 낮아서 비용이 작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측면에서 경고를 한 것이다.
금융안정이라는 걸 볼 때 금리 인하 속도가 미국이 50bp를 내렸다고 해서 우리도 금새 50bp씩 막 내려갈 수는 없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10% 이상 올라갔고 금리도 500bp 이상 올렸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때 내리는 속도가 빠른 것은 당연히 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300bp 정도 올렸고, 최고 인플레이션도 6% 수준에서 머물렀다.
해외에서 금리가 50bp씩 떨어진다고 우리도 이제 50bp씩 떨어지겠구나. 그러니 돈을 빌려도 문제가 없구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측면에서 경고를 드린 것이다. 갭투자를 하고 싶으면 자기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내수 회복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언급주셨다. 다만 한은의 금리 인하에도 민간소비 부진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내수에는 여러 항목이 있다. 하반기 민간소비 상승률은 1.8%, 연율 전체로는 1.4% 정도로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인 2%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아주 낮은 수준에서 1.8%까지 올라오는 등 회복 국면에 있다고 본다.
다만 자영업자나 소득 수준에 따라서 편차가 굉장히 심한 양극화가 많고, 가계부채도 높기 때문에 고통이 심한 것을 잘 알고 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장비 투자가 좀 늘어나서 예상보다 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반면 건설투자는 부채 등 여러 이유가 있어서 좀 낮다. 전체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은 수출이 잘 버텨줘서 지난번 발표대로 2.4%를 예상한다.
다만 미국 대선 결과와 소프트랜딩, 중국의 부양 정책의 효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IT 경기 사이클이 어떻게 될 건지 등이 수출에 주는 함의가 굉장히 크다. 추후 그런 영향을 한 번 더 점검해 봐야 될 것 같다.
-최근에 부동산 문제 해법으로 여러 가지 중장기적인 과제들을 던져주셨는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동산 가격 문제는 금리와 거시건전성 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 대표적으로 공급 문제는 국토부에서 해결해 줘야 한다.
수도권 특히 서울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교육 문제하고도 관련됐으며,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금방 해결할 수 없지만, 더 악화시키지 않는 쪽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단기정책목표만 본다면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결국은 경제 외에 다른 여러 부처와 같이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 국민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물론 금리 인하가 이론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가격, 기대 심리를 통해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영향이 너무 크지 않도록 인하 속도 등을 조절하면서 정부와 정책 공조를 할 예정이다.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낮다고 언급하신 바 있다. 현재 기준금리(3.25%) 수준에서도 해당되는지.
△7월에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낮아졌다고 했다. 이는 두 가지 원인 때문이다.
하나는 미국 금리가 50bp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의 금리도 같이 떨어진 면이 있다. 그 문제는 지금 많이 해소가 된 것 같다. 미국 경기가 생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가 50bp씩 계속될 거라는 기대가 많이 줄었고, 금리도 다시 올라가면서 어느 정도 회복된 면이 있다.
두번째는 당시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가 올라가는 속도를 볼 때 시장 기대가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 11월에도 금리를 낮추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더 생길 수 있다.
다만 한은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한다. 앞으로 금리를 낮춰가는 속도는 금융안정을 보면서 할 것이다. 이때 시장과 인식 간의 갭이 있으면, 이를 줄이도록 계속 소통하겠다.
-우리나라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포함했다. 정부는 75조원 정도가 들어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던데,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11월에 편입이 될 것이고, 1년에 걸쳐 편입이 될 것이다. 시차를 가지고 영향이 나타날 것이다.
이때까지 우리나라 부채가 다 외화 표시 부채로 조달했다. 이때 원화로 환산했을 경우 부담이 커서 신용위험, 디폴트 위험이 생딘다. 그러나 WGBI를 통해서 국채뿐만 아니라 은행채 등 이런 채권들을 원화로 외국인들한테 팔 수 있다면, 환율 변동은 생기지만 그 손실은 투자자가 지게 된다.
단적으로 디폴트 리스크 등이 굉장히 줄어들기 때문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통화정책 면에서는 변동환율제를 좀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실 단기 정책을 통해서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고, 해외 IR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는 것들의 효과는 굉장히 단기적이다. 이렇게 구조를 바꿔주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 같다.
-한국은행이 오늘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에 반해, 시중은행은 대출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최근까지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런 엇박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은행들이 가계대출의 금리를 올리는 것을 엇박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있으며, 대출이 부동산 쪽으로 쏠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은행에게도 좋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은행의 포트폴리오의 70~80%가 부동산 관련 대출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과도히 부동산에 쏠린 대출 규모는 바람직하지 않다.
고객이 와서 부동산만 사게 대출해 달라고 할 때, 어느 정도는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은행의 대차대조표도 바뀔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대출 항목에 따라서 금리가 달리 움직이는 것이 왜 엇박자라고 자꾸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
-통화정책의 외부변수로 지정학적 요인과 중동 정세 상황에 따른 유가 상승 우려를 언급하셨다. 예측이 힘들지만 한은의 예상과 유가의 비정상적인 급등시 현재의 금리 방향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말씀 부탁드린다.
△답하기 어렵다. 계속 유심히 보고 있다 정도로만 말씀드린다. 중동 사태로 인해서 유가가 변동하면 그게 공급 충격이다. 얼마만큼 금리로 대응할지, 이로 인한 기대심리가 어떻게 변할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이번 의결문에 불확실성이라고 얘기한 것 중의 하나가 지금 중동 사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통방문에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한다고 하셨다. 사실상 긴축이 종료됐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결국 중립금리가 어느 정도냐는 질문이다. 다만 지금 수준에선 실질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아 당분간은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있다. 인하 속도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 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