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현장 가다] 임인곤 베트남우리은행 부행장 "철저한 현지화가 성패 좌우"
[K-금융 현장 가다] 임인곤 베트남우리은행 부행장 "철저한 현지화가 성패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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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경 속 영업수익 1.1억달러 돌파···상반기 지점 3곳 추가
검증된 상품과 시스템은 무기···"로컬고객에게 존재감 각인해야"
베트남우리은행 영업점 내부 (사진=본사DB)
베트남우리은행 영업점 내부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베트남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으며, 부가 쌓이면서 금융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임인곤 베트남우리은행 부행장은 베트남 시장의 확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베트남 발령 2년차에 접어든 그는 예금이나 재테크 등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게 체감된다며, 아직까지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 베트남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영업수익 1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영업 환경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올해 5월에는 현지 리테일여신이 5억달러를, 7월에는 기업 여신이 10억달러를 돌파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베트남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법인 설립 이래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임 부행장은 "이번 배당은 당국 반응이나 여론을 가늠하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의 위상을 좀 더 명확히 하자는 의도가 강했다"며 "내부에선 당당히 현지은행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책임도 커졌으며 현지에 비춰지는 것에 좀 더 신경 써야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베트남우리은행의 행보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악화됐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지점 3곳을 추가 확장했다.

"한국계 회사만을 타깃해선 성장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지 고객에게 눈을 돌려야 더 성장할 수 있는데, 베트남우리은행은 법인이기 때문에 로컬 기업과 리테일 금융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베트남의 경제적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수요 측면에서도 1억명의 인구가 있으며, 중산층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과거 우리가 겪었던 변화를 압축해 겪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 근현대사처럼 은행의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우리은행이 모행에 이어 가수 아이유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사진=베트남우리은행)
베트남우리은행이 모행에 이어 가수 아이유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사진=베트남우리은행)

최근 K-컬처 열풍도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이란 국가브랜드에 대해 베트남 고객들의 호감과 신뢰도가 커지면서, 타 외국계 은행과의 경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베트남우리은행은 모회사인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관련 마케팅을 펼쳐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최근에는 위비프렌즈 캐릭터와 가수 아이유를 베트남우리은행에도 모델로 채택해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 같은 비재무적 마케팅은 오프라인 측면에서 현지은행들의 영향력을 따라잡긴 어렵다는 디테일한 판단에서 비롯됐다. 실제 베트남우리은행은 박종일 법인장 취임 후 현지 고객을 적극 공략하면서 존재감을 키우는 것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임 부행장은 "오프라인 채널의 열세를 극복하고자 QR결제로 대표되는 현지 금융트렌드에 맞는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지속 개발하고 있다"며 "또한 버스예약이나 한국어 강의 같은 비금융 생활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현지 핀테크와의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은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서 검증된 만큼 안정적이면서도,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 부행장은 "검증된 상품과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거나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것은 현지은행과의 차별화된 요소이자 한국계 은행이 지닌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달 초 하노이 공과대학 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 카드의 날' 행사에서 베트남우리은행이 부스를 열고 금융 체험 및 추첨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베트남우리은행)
이달 초 하노이 공과대학 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 카드의 날' 행사에서 베트남우리은행이 부스를 열고 금융 체험 및 추첨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베트남우리은행)

베트남에서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임 부행장은 외국계은행임에도 규제 및 정책들이 현지은행과 거의 동일하게 적용되는 점을 꼽으며 "내년부터는 신규 점포 개설시 시골 지역에도 동일 비율로 개점해야 한다는 규정이 나온다. 추후 네트워크 전략에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근 당국이 법인 라이선스 발급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임 부행장은 "현지 은행만 49개사가 난립해, 외국계 은행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자국산업에 대한 보호 관점에서도 라이선스를 줄 명분이 없다. 은행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법인 전환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임 부행장은 "베트남은 여전히 한국 금융사와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되겠지만, 이는 현지기업과 다른 나라에도 마찬가지"라며 "결국 철저한 현지화에 성공한 금융사와 기업만이 성공할 수 것이다. 로컬은행으로의 면모가 강조되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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