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현장 가다] '계좌 없이 사금융 선호' 베트남 관행 뚫고···"철저한 현지화로 로컬은행과 경쟁해야"
[K-금융 현장 가다] '계좌 없이 사금융 선호' 베트남 관행 뚫고···"철저한 현지화로 로컬은행과 경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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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 인터뷰
베트남내 최대 외국계 은행···상반기 순익 1413억원 달성
52개 채널 '최다'···철저한 현지화로 직원 98%가 현지인
대출자산 60%가 리테일, 기업대출 50% 현지기업 등 성과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호치민) 신민호 기자] "한국계 해외직접투자(FDI) 기업만 대응해선 한계가 명확합니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외국계 은행이란 타이틀을 떼고 로컬은행들과 경쟁해야 해요."

최근 K-금융으로 대변되는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열풍에 대한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의 일침이다.

국내에서의 성장 한계로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났지만, 지금은 현지 여건과 로컬금융사들의 공세에 막혀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 팬데믹 이후 급변한 시장환경에 따라가지 못해 고군분투 중인 금융사도 많다고도 언급했다.

강 법인장은 "베트남내 외국계 1위 은행이라는 타이틀에도 시장 점유율이 2%가 채 안된다"며 "결국 현지인이나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면 성장판이 닫힐 것이란 위기감이 있다. 이는 후발주자로 들어온 금융기관들이 더 크게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호치민의 금융특구로 불리는 투티엠 신도시에 위치한 신한금융그룹의 신사옥 (사진=서울파이낸스)

신한베트남은행은 자산 규모가 82억달러에 달하는 명실상부 베트남 내 외국계 1위 은행이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12.1%나 증가한 1413억원을 기록하는 등 비우호적 업황 속 성장세도 견조하다.

현재 베트남 전역에 52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240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베트남과의 수교 이듬해인 1993년 호치민 사무소 설립을 시작으로, 1995년 지점 전환에 성공했으며, 2009년에는 현지 법인설립을 마치는 등 베트남 진출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다만 현재의 신한베트남은행이 있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강 법인장은 10년 전만 해도 현지기업들이 급여를 현찰로 지급했다며, 은행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베트남 적응기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아직까지 많은 지역이 금융 이용형태에서 경제공동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출 대신 지인들이나 전당포 등을 통해 빌렸다가 월급날 한번에 갚는 로컬 대출 시스템이 구축돼 금융사를 이용할 여지가 없었다"며 "조건도 안 좋고, 금리도 높은데 관성적으로 사금융을 이용하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굴레를 끊기 위해 도입한 것이 '현지근로자대출(LEL)'이었다. 우량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직원들에게 장기근속 등을 조건으로 상대적 저리에 대출해 주는 제도다. 이를 도입하면서 현지인들의 계좌 이용이 늘기 시작했고, 신뢰도가 올라가면서 개인고객도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강 법인장은 "한번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니 이젠 대부분의 베트남인들이 계좌 없이는 생활할 수 없게 됐다"며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와 신뢰도가 상승하면서, 일반 고객뿐 아니라 고액 자산가들도 은행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현재 외국계와 로컬을 가릴 것 없이 고자산 고객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다만 강 법인장은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0년 이후 많은 한국계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대부분의 국내 금융기관들이 베트남에 들어왔고, 각자 기반을 다지면서 캡티브 마켓인 한국계 기업 시장이 레드오션화 됐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 현지화를 통한 현지 기업과 개인의 공략이다. 그는 현지화 3대 요소로 자산과 인력, 그리고 고객을 꼽았다.

먼저 그는 "자산 현지화란 현지 통화로의 전환이다. 베트남에 진출해도 미 달러에 의존하면 국제금융시장 변동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투티엠 신도시에 위치한 신한베트남은행 영업점 내부 (사진=서울파이낸스)

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베트남신한은행은 직원 약 2400명 중 98%가 현지인으로 구성됐으며, 부서장 대부분이 베트남인이다. 특히 52개 지점 중 한국계 기업 대상인 12곳 정도를 제외한 40곳의 지점장이 현지인일 만큼 인력의 현지화가 잘 이뤄진 상태다.

강 법인장은 "사실 베트남은 인력 리텐셜(Retention)이 굉장히 어려운 나라"라며 "다만 우리는 성장세가 유지되면서 비즈니스 다양성이 넓어졌다. 신규 부서나 지점이 많이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인력의 현지화가 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베트남인이 외국계 은행에서 높은 위치에 올라갈 수 있단 비전이 확고해, 비교적 허리가 강한 현지인력 구조를 만들었다고 자평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고객의 현지화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전체 대출 자산 중 80%가 현지고객 대상이며, 기업대출 자산은 50% 이상이 로컬 기업을 대상으로 취급됐다.

특히 강 법인장은 현지 의사결정권의 중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단순 기업대출도 한국에서 심사하거나 한국의 기준을 들이대면 부적격 허들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현지 사정과 관행을 이해하고 적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지 영업·기획인력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본사와의 유기적인 대응도 강조했다. 강 법인장은 "글로벌 사업 부문에 대해선 다양한 부서의 판단이 얽힐 수밖에 없다"며 "현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사업을 지원하는 본사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당사는 본사(신한금융)와의 갭을 충분히 좁힌 상태다"라고 전했다.

강규원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 배후의 그림은 (왼쪽부터) 잠실 롯데타워와 호치민의 마천루 '랜드마크 81', 신한금융타운이 그려져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호치민 신한금융그룹의 신사옥 회의실에 걸린 그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왼쪽에 있는 빌딩은 잠실에 있는 롯데타워고, 가운데 빌딩은 호치민의 마천루 '랜드마크 81'이다. 신한금융타운은 오른쪽에 한발 떨어져 두 건물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신한베트남은행이 한국과 베트남을 연결하는 가교를 해달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완공된 신사옥의 인테리어를 맡은 현지 회사가 해당 내용을 이미지화해줬다며,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한국의 선진화된 금융시스템을 베트남에 이식하고 있는 신한은행과 퍽 어울리지 않냐고 되물었다.

끝으로 강 법인장은 베트남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 어려운 환경에서도 베트남은 5%가 넘는 성장률을 유지했다"며 "지정학적 관점에서도 미중 패권 전쟁 속 글로벌 공급망 관련해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금융지식이나 의식수준도 높아지는 등 여전히 높은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베트남의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데다, 로컬 금융사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며 "시장 트렌드나 금융소비자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현지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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