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 수수료 아낄 수 있어 장점···집주인·수요자 간 빠른 소통
그러나 사기 피해는 증가하는 추세···실명인증 절차 없이 가입
"내부 기술 조치로 불법행위 모니터링 중···꾸준히 개선할 것"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개인 간 부동산 직거래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높은 집값에 중개 수수료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단순 임대뿐 아니라 고가 부동산 거래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 거래를 유도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시험대에 올랐다. 거래량은 늘면서 사기 피해 역시 늘고 있지만 이러한 플랫폼과 정부는 아직 소비자 보호 대책에 미흡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지난 2021년부터 부동산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자료를 보면 당근마켓 부동산 거래는 2022년 7094건에서 지난해 2만3178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1~7월에만 이미 3만4482건으로 연말까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25일 기준 당근마켓의 '부동산 직거래' 홈에는 서울에서만 1만6620개의 매물이 올라와 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50만원 수준의 원룸부터, 20억원의 고가 아파트, 60억원에 이르는 강남 펜트하우스까지 다양한 매물이 나와 있다.
'부동산'은 지난 2021년 당근 거래 가격 상위 품목 10건 중에 2건에 그쳤다. 그러나 2022년, 2023년과 2024년(1~7월)엔 당근 거래 가격 상위 품목 10건이 모두 부동산 거래였다. 올해 상위 품목 10건(가격 합계는 258억1800만원)은 아파트 4건, 부동산 4건과 상가 2건이다. 최고가 거래 품목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브라이튼N40 아파트 전용면적 129㎡(35억9800만원)으로, 최근 4년간 거래 가격 2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부동산 직거래의 가장 큰 장점은 중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위 약 36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부동산중개업법에 따른 법정 최대 중개 수수료는 약 2100만원(거래금액의 최대 0.5%+부가가치세 10%)이다.
당근마켓 부동산 거래는 소비자가 유입될 요소가 많다. 우선 개인이 직접 매물을 올리기 때문에 부동산에 가야만 확인할 수 있는 매물보다 사진과 설명 등이 자세히 나와있다. 또 매물을 소개할 땐 '직거래로 아낄 수 있는 비용'(중개 수수료)를 알아서 계산해 보여주고, 거래 완료된 매물에는 'o일 만에 거래 완료'와 같은 문구가 달려 이러한 매물들이 얼마나 빨리 거래되는지를 알린다. 부동산 거래자의 후기 또한 볼 수 있다. 일반 거래의 경우 GPS기능을 통해 '인근'의 거래만 보여줬으나, 부동산 거래 등에 한에서는 모든 지역의 거래를 확인 할 수 있다.
거래나 이러한 직거래는 등기 사항 증명과 소유권, 신탁, 가압류 여부, 근저당권 설정 채권액 등을 스스로 확인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특히 금액이 수십억에 달하는 경우 부동산 관련 전문 지식이 없으면 중개 수수료를 아끼려다 되레 더 큰 리스크를 질 수 있다. 허위매물, 사기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근마켓 부동산 사기 피해는 증가하는 추세다. 국정감사 기간 드러난 자료를 보면 난 2020년에 687건이던 당근마켓 관련 수사 요청 건수는 올해 4000건에 육박했다. 이 중 부동산·중고차 등 관련 수사는 올 1~7월에만 39건에 달한다. 올해 피해 금액 상위 10개 사례 중 10억원대 이르는 피해도 있었다.
피해 사례 증가 원인으로 실명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당근마켓의 특성이 꼽힌다. 주민등록 절차 확인 없이 휴대전화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는 구조다. 타인 명의 대포폰 등을 활용하면 거래 상대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사기가 발생해도 대응이 사실상 어렵다. 특히 전세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정부에서 이를 더 단속하는 분위기인데, 직거래는 완전히 이러한 규제 밖에 있는 상황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당근마켓이 이용자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수집을 의무화하는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두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측과 논란을 빚었다. 당시 개인정보위는 "해당 법안은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에 위배되고 개인판매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개인 간 거래 시 필수요소인 연락처와 거래정보를 공적 분쟁조정기구에만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가 미흡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개인정보위 권고에 맞춰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런 이유로 당근마켓은 이제껏 어떠한 실명인증도 없이 이용자들에게 거래 이용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 당근마켓 측이 이용자 정보 수집을 하지 않아 불법 행위자에 대한 책임도 묻기 힘든 이유다.
이를 지적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당근마켓은 실명 인증 없이 사용할 수 있어 피해자 구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근마켓이 부동산과 자동차 거래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는 반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선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내부적으로 기술적인 조치를 활용해 불법행위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며 "부족함 있지만 앞으로 꾸준한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