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 9400가구···의정부 7천·의왕 오전왕곡 1만4천가구
2031년 첫 입주 시간표 제시···"행정절차 단축해 속도 높일 것"
투기 방지위한 대책도 시행···최근 5년 인근 토지 거래 조사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정부가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등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조성하는 신규택지를 포함, 총 5만가구 규모의 4개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급 계획 등에도 '공급 절벽' 우려가 제기되며 부동산 가격 추가 상승에 대한 시장 불안이 커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5일 총 5만가구 규모의 4개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와 함께 2026년 상반기 지구 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라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이번에 신규택지에 포함된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는 강남 생활권에 자리한 데다 교통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이 지역은 원지동, 신원동, 내곡동, 우면동 일대 221만㎡(67만평)으로 지구의 99.9%가 그린벨트로 묶인 상태다.
정부는 역세권 고밀개발을 통해 양재, 판교 업무지구 사이에 있는 이곳에 2만구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경우 용적률을 250%까지 높일 수 있고, 필요시 추가 상향도 가능하다. 2만가구 중 1만1000가구(55%)는 서울시가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II(미리 내 집)으로 공급한다. 신혼부부가 전세로 입주한 뒤 기본 10년, 아이를 셋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으며 20년 후 시세보다 최대 20% 싼값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또 서리풀지구 전체를 신분당선이 가로지르고, 중앙에 청계산입구역이 있는 만큼 국토부는 신분당선 추가 역 신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은 역 사이 간격이 상당히 멀기 때문이다. 출입구를 추가해 지하철 접근성과 동-서 지역 연계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구 위쪽의 서울 지하철 3·4호선 양재역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도 지날 예정이기에 철도와 연결되는 대중 교통망 구축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로 서리풀지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첫째로는 그린벨트 해제를 최소화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미 훼손이 일어난 곳이며, 셋째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들어가 있어 추가 재원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으로 선정해야 바람직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에 조성하는 신규택지 3곳도 그린벨트가 전체 부지의 99.9%(고양 대곡역세권)∼87.0%(의왕 오전왕곡)를 차지한다. 고양, 의정부, 의왕 등 서울시에서 10㎞내 위치해 있는 곳이다.
고양 덕양구에선 내곡동, 대장동, 화정동, 토당동, 주교동 일대 199만㎡(60만평)에 9400가구를 공급한다. 현재 지구 아래쪽 대곡역에는 연말 개통 예정인 GTX-A 노선, 교외선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서해선이 지나고 있다. 국토부는 이곳에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하고, 서울 방향으로 가는 차량의 주 접근로인 고양대로·서오릉로의 교통량 분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자족 시설과 업무 시설을 배치해 '지식융합단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의정부 용현지구는 서울과 가까워 입지가 좋지만, 군부대로 인해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던 곳이다. 이에 의정부 신곡동, 용현동 일대 81만㎡(24만평)로, 개발이 예정된 인근 의정부법조타운, 기존 도심과 연계한 통합 생활권을 조성하기로 했다. 주택 공급 규모는 7000가구다. 2026년 개통 예정인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선 탑석역과 GTX-C 의정부역 등을 활용해 서울 도심까지 30분대 진입을 추진한다.
의왕 오전왕곡지구는 의왕시 오전동, 왕곡동 일대 187만㎡(57만평)로, 총 1만4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오전왕곡지구가 과천∼봉담 도시고속화도로와 연접해 산업기능을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과천지식정보타운과 연계한 의료, 바이오산업 유치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택지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선제적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정적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만큼 서울, 경기도 등 지자체와 함께 젊은 세대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우선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이곳 지역에 지금으로부터 5년 뒤인 2029년 첫 분양하고 7년 뒤인 2031년 첫 입주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는 지구 지정 전 먼저 보상을 위한 현장 조사에 착수하고 지구계획 수립을 앞당기는 등 행정 절차를 단축해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보상 비용을 빠르게 투입할 수 있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의하기로 했으며, 필요하다면 원형지 공급도 추진한다. 평지라 부지 조성 공사 없이도 바로 주택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땅은 그대로 공급한다는 뜻이다.
앞서 3기 신도시 등의 신규택지 후보지 발표 이후 토지 보상 과정에서 토지주들이 반발하며 착공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 점을 인지하고, 그린벨트 지역 위주를 선택, 3기 신도시 사례보다 기간을 더 단축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는 설명이다.
김배성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새로 발표한 4곳의 후보지는 상대적으로 지장물이 적고, 농지로 사용되는 곳이 많다"며 "다른 공공택지지구보다 빠른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또 신규 후보지에서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철저하게 시행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발표를 앞두고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 직원, 업무 관련자 직계 존비속을 대상으로 토지 소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LH 직원 1명이 후보지 안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직원이 2010년 2월 토지를 증여받은 점을 고려할 때 미공개 개발 정보를 활용한 투기 개연성은 낮으나 추후 추가 검증을 거치기로 했다.
신규택지 후보지와 인근 지역의 최근 5년간 토지 거래 5335건을 조사한 결과 미성년·외지인·법인 매수, 잦은 손바뀜 등 이상 거래 1752건이 선별됐다. 국토부는 선별된 이상 거래에 대한 소명 자료를 받고, 자금 조달 내역을 분석할 예정이다. 불법이 의심되는 거래는 국세청·금융위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다.
지구 내 토지는 주민 의견 청취 공고 즉시 개발행위가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