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2.0] 반도체부터 배터리까지···韓 수출 핵심품목 타격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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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등 수출 영향···반도체·자동차 등 핵심 품목 '출렁'
자국보호주의 따른 반사이익 노려야···지역 다변화 필요
"美 의회 통상입법 변화 관찰···산업별 대응 방안 요구"
지난 6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5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선언 방송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5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선언 방송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우리나라 무역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두 지역인 중국과 미국 수출이 모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발표한 우리나라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75억2000만 달러, 수입은 543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은 4.6%, 수입은 1.7% 각각 늘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도 전년 동월 대비 16억2000만 달러 늘어난 31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며 역대 10월 수출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수출 호조에는 양대 주력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지난달 대(對)미국 수출은 104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4% 증가하며 15개월 연속 월별 역대 1위 실적을 갱신했다. 대중국 수출은 122억 달러로 10.9% 늘었다. 이는 올해 최대 실적을 116억9000만 달러(2023년 9월)를 한달만에 갱신한 것이다. 또 8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상회한 실적이자 25개월만에 최대 실적이다.

트럼프는 최근 선거운동 기간 보편 관세를 강조하며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을 예고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중국산 전기차 등에는 1000%의 관세를 부과해 해외 생산을 확대하는 미국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보편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수출이 연간 60조원 이상, GDP의 0.67%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대미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반도체과학법(CHIPS Act) 폐지에 따른 보조금 지원 취소로 이중고를 맞을 수도 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당시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폐지를 강조해왔다. 법안 폐지는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공화당이 상원 과반을 확보한 가운데 하원도 앞서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화당이 하원에서도 과반을 확보하면 바이든 정부의 주요 보조금 정책은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은 24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미국 내에서 9.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전기차 점유율 1위인 테슬라는 49.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테크노킹)가 적극 지원한 만큼 트럼프 정부가 중국 전기차를 적극 견제해 테슬라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트럼프가 자국 내 제조업을 살리겠다고 강조한 만큼 감소세를 보인 일반기계 수출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10월 일반기계 수출은 미국 내 제조업 감소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5% 감소한 8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또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미국 정부의 세수를 늘린 것보다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연구결과가 있었던 만큼 공약과 달리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 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만났을 때 모습.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 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만났을 때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중 수출은 대미 수출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때부터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시키는 '디커플링(Decoupling)'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중국으로의 주요 전략 산업 수출 감축이나 공급망 연결 차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중 수출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은 반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대중 반도체 수출액은 33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3.2% 늘어났다. 이 밖에 무선통신기기과 디스플레이 등 IT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수출도 증가했다. 

과거 트럼프는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겨냥해 노골적인 견제에 나선 적이 있다. 2019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통신장비가 보안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며 미국 내 모든 기업들에게 화웨이와 거래를 금지하도록 했다. 

당시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유럽과 한국 등 동맹국에도 확대됐다. 2020년 5G 통신장비를 도입하던 국내 통신사 가운데 LG유플러스만 화웨이 통신장비를 도입했고 당시 미국 정부는 LG유플러스를 겨냥해 직접 경고하기도 했다. 

또 화웨이 스마트폰에는 구글 OS와 퀄컴 칩을 사용할 수 없어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은 한때 크게 위축되기도 했다. 화웨이는 결국 자체 OS와 모바일 AP를 직접 개발해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미국의 이 같은 대중 견제로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게는 수출 증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제재할 2019년 당시 삼성전자는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를 누르고 점유율 1위에 올라선 적도 있다. 

이 같은 무역환경 변화에 대해 우리 재계에서는 미국 내 통상입법 동향 등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달라진 의회 정치 지형을 고려해 통상입법 동향을 적극 모니터링하고, 분야별‧조치별 우리 무역과 투자에 미칠 실질적 영향을 분석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와 협력을 통해 한미 관계를 호혜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그간 여러 통상이슈에 대응한 경험과 시나리오별 검토한 대응 방안을 기반으로 대미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상호 호혜적인 한미 간 협력관계를 강화해나가겠다"라며 "트럼프 정부 정책 수립 또는 예상되는 정책 변화에 있어 우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미국 정부 및 업계 주요 인사와의 협의가 적시에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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