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가계대출 관리 '첩첩산중'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으로 막을 내릴 것 같았던 고금리 시대가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차주들의 혼란은 커지는 모양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기조를 보여줬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금리 향방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대출이자 부담이 실제로 완화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지난 6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956%로 전일(2.917%)보다 3.9bp(1bp=0.01%p)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고채 5년물 금리는 2.972%에서 3.020%로 4.8bp 올랐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075%에서 3.137%로 6.2bp 상승했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글로벌 채권의 벤치마크가 되는 미국 국채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 직후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45%까지 급등,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대표 경제공약인 감세와 보편관세 등이 실현될 경우 재정적자 부담이 커지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채권금리가 오를 것이란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문제는 국고채 금리가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은행채) 금리와 연동되면서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6일 3.325%를 기록, 전일(3.279%)보다 4.6bp 상승했다. 금융채 10년물 금리는 3.639%에서 3.701%로 6.2bp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6개월물 금리도 같은 기간 3.384%에서 3.386%로 0.2bp 상승했다.
이후엔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해소된 영향으로 채권금리가 다시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채권금리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이)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발행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관세 인상 또한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상승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은행권이 섣불리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올해 하반기 앞다퉈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시장금리 하락세에도 국내 시중은행들이 올해 7월부터 대출금리를 인상한 횟수는 20번을 훌쩍 넘는다.
이같은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내년에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수 있도록 전 금융권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면밀히 수립하고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관행이 확립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국내 가계대출 규제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쉽사리 떨어지기 어려운 만큼 저금리 시대로의 진입을 기대하던 대출자들의 실망감은 클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경제 변동성이 커지면서 고금리 이자부담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이 물가인데,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 물가가 오르면 금리 인하 속도도 더뎌질 수 있다"며 "국내에선 가계대출 관리라는 큰 과제가 있기 때문에 금리 방향이 아래를 향하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