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환자 인공호흡기 제거 허용
‘식물인간’ 환자 인공호흡기 제거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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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사회적 합의바탕 입법 필요

▲ ‘식물인간’ 환자, 인공호흡기 제거 허용
[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최근 식물인간 환자에 대해 더 이상의 생명연장이 무의미한 경우, 예외적으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환자가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1심 판결(서울서부지방법원 2008가합6977)이 내려졌다.

대뇌 손상으로 의식과 운동기능은 잃었지만 호흡·소화·흡수·순환 등의 기능은 살아있는 환자를 ‘식물인간’이라 한다.

소비라이프Q에 따르면 A씨는 저산소증에 따른 뇌손상을 입고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환자다. 그는 지속적 식물인간상태에 있고 인공호흡기를 붙인 채 항생제 투여, 인공영양 공급, 수액 공급 등의 치료를 받고 있고 인공호흡기를 빼면 곧 숨지게 된다.

A씨와 그 가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인공호흡기 제거’를 청구한다. A씨에 대한 치료는 건강을 좋게 하는 게 아니라 생명징후만을 단순히 늘리는 것에 그쳐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 A씨 가족들의 입장이다. A씨도 평소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거부하고 자연스런 사망을 원한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병원은 의료법 등에 규정된 생명보호의무가 있음을 이유로 들어 이를 거부한다.

법원은 “생명연장 치료가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의식 없이 생명을 연장해야 하는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강요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인격적 가치를 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원은 “의사는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거부할 수 없고, 환자요구에 응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한편, 법원은 환자가족들에게는 인공호흡기제거 청구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즉 “환자의 가족들이 환자에 대한 생명연장치료로 인해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해도 치료의 중단청구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가족들의 독자적 청구권을 인정하는 입법이 없는 한 가족들의 치료중단청구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보험소비자연맹 상임자문위원 이홍주 변호사는 “안락사 등의 문제가 학계, 종교계 논쟁이나 법원판단에만 의존해선 안 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광범위한 토론 등을 통해 안락사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의사의 치료중단행위가 인정되는 요건 등에 대한 구체적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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