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초임 삭감' 총대…市銀 동참 '분수령'?
기업銀, '초임 삭감' 총대…市銀 동참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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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銀 '적극적'...시중은행들 노조 반발에 '골머리'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B정부의 '일자리 나누기'정책에 국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들이 잇따라 화답하고 나섰다. 우선, 한국은행과 금감원이 임금을 깎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의 중간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기업은행이 22일 '초임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경계선과도 같은 기업은행의 특성때문에 이는, 미묘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금융노조의 반발이 거세 시중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업은행의 초임삭감을 통한 '잡셰어링'이 시중은행들이 동참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임금 금융권, 잡셰어링 표적

정부가 지난 19일 공공기관의 대졸 초임을 최대 30% 삭감하기로 하는 '공공기관 대졸 초임 인하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방안'을 확정함에 따라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공기관들이 연이어 대졸 초임을 삭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국은행은 현재 3100만원 수준인 대졸 초임을 15∼20% 정도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금감원도 대졸 초임(3천400만원)을 최대 20% 가량 삭감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도 대졸초임을 20~30% 삭감해 신규 채용을 늘린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초임은 1000만원 넘게 깎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초임 삭감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청년인턴 등 일자리 창출에 사용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1000명 이상의 인턴을 채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총대를 멘 곳은 '시중은행같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정부의 공공기관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에 동참키로 한 것.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채용 예정인 총 200여 명의 정규직 신입 행원 초임을 20% 깎아 400명의 청년 인턴을 뽑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로써, 기업은행 대졸 초임은 3천700만 원 수준에서 2천900만 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기업은행은 올부터 은행장 연봉을 51% 삭감하는 등 임원 연봉도 평균 40% 깎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신입 직원의 초임을 삭감해 비용을 절감하고 상.하반기에 200명씩의 청년 인턴을 채용해 6개월 간 고용키로 했다"며 "인턴들에게 직무연수와 실질 업무, 정규직 채용시 가점부여 등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이달 말 인턴 신청을 받아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3월 중순쯤 영업점과 본점 등에 배치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또 앞으로 경영 효율화 등을 위해 전체 정원을 순차적으로 감축하되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신규 직원 채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이 은행들 중 처음으로 직원 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함에 따라 다른 시중은행들을 압박하는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자리나누기 정책에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동참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공기업과 같은 대졸초임 삭감이 아닌 임직원의 자발적인 임금 줄이기를 통해 일자리 나누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분명, 차이가 있다.  KB금융그룹은 지주사 및 국민은행을 비롯한 전 계열사 부·점장급 이상 직원 1400여명이 급여 5%를 회사에 반납해 인턴 및 신입사원 채용 등에 쓰기로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청년실업 극복과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KB금융은 지난해 말에도 금융위기 속에 고통분담 차원에서 지주사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자는 30%,지주사와 계열사의 본부장 이상 임원은 10% 연봉을 삭감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그룹도 부·점장급 이상 직원의 급여를 10% 반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대안 없는 반대(?)

정부가 유독 금융기업과 은행에 대한 일자리나누기를 종용하는 것은 금융권의 고임금 논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대졸 신입 은행원의 연봉은 미국은 물론 일본, 싱가포르, 홍콩 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신한·하나·외환·SC제일·한국씨티 등 국내 6개 시중은행의 대졸초임(군필 기준)은 평균 4316만4500원으로 제조업 등 국내 타 업종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때문에, 은행권의 고액연봉 논란은 매번 반복돼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임금삭감(대졸 초임)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노조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잡 셰어링'의 기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나 대규모 인턴사원 채용 방안은 공기업·금융권에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부당한 처사라는 것이 금융노조의 주장이다.
금융노조는 정부의 공공기관 대졸 초임 인하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방안에 대해서도 "이번 방안은 명백하게 근로기준법에 위반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20일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임금이 노사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시중은행 개별노조도 대졸 초임 삭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노조 관계자는 "임금협상에 대한 부분은 노조와의 협의를 거치는게 원칙"이라며 "임금삭감을 통한 잡 셰어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이 국책은행들과 다르게 임원임금 삭감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에 나서는 것도 '노조 눈치보기'에 따른 것. 임원들의 임금은 노조협의 사항이 아니다. 이같은 금융노조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나라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뚜렷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반대만 하는 것은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이 막상 총대를 메고 나선 상황이어서 노조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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