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차이니즈월 완화 '속빈 강정'”
증권업계 “차이니즈월 완화 '속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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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고유재산 운용, 교류 금지 현실성 떨어져”

"사외정보교류 완화 필요…임직원 겸직 완화 바람직”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금융위원회가 차이니즈월 완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발표했지만, 증권사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여전히 애매한 조항이 많고, 차이니즈월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고유재산 운용을 정보 교류 금지대상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령’을 입법예고 한 후, 3월 31일부터 4월 20일까지 입법예고를 실시하게 된다. 이 기간 금융위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이번 시행령은 이미 증권업계가 차이니즈월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한 뒤 나온 것이다. 증권업계와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월 3일 ‘정보교류차단에 대한 설명회’를 갖은 후 관련 TF를 구성, 시행령에 대한 자세한 해석 요청과 건의사항 등을 담아 금융위에 전달했었다. 이후 금융위는 다시 금융감독원에 이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아주 세부적인 내용이 A4용지 수십장 분량으로 금융감독당국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일부 가이드라인이 상세해지긴 했지만, 기존 시행령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업계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차단장치 설치대상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는 차단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업무부문을 기존 고유재산운용․투자매매․투자중개 / 기업금융 / 집합투자․신탁에서 고유재산 / 집합투자업 / 신탁업으로 완화시켰다고 밝혔다. 교류 금지대상 정보를 생산하는 부문으로 규제범위를 한정시켰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A증권사 관계자는 “기업금융의 경우 주식과 채권의 발행‧모집‧매출을 담당하지만, 이번 조항이 적용되면 발행은 기업금융부가, 모집은 트레이딩부가, 매출은 리테일부가 각각 담당해야 한다”며 “한 부서에서 할 수 있는 업무를 여러 부서가 쪼개 맡으면서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B증권사가 C라는 기업의 상장주관사가 되면, 주식의 발행‧모집‧매출 등을 모두 담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B증권사는 C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일괄적으로 인수하게 된다. 인수 주식이 모두 팔리지 못하면, 해당 증권사가 그 주식을 떠 앉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때 증권사가 주식을 발행하는 업무는 기업금융에, 인수 이후 모집‧발행하는 업무는 고유재산 운용에 속하게 된다. 금융위의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금융부가 한 번에 소화하던 업무를 차이니즈월 조항 때문에 각 부서별로 나눠 맡아야 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차이니즈월을 완화시키고자 한다면 증권사가 상장주관사가 될 경우, 발행․모집․매출의 모든 인수업무를 기업금융부에서 맡을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외정보교류 차단장치 조항의 경우 오히려 규제가 강화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금융위는 기존 시행령에서 법령상 의무이행, 업무위탁, 투자자예탁증권 총액 정보제공, 내부통제, 집합투자재산을 판매회사에 제공, 집합투자재산 매매주문 위탁에 대해 정보범위, 제공절차 등에서 정보교류를 제한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금감원장의 확인 생략, 위탁계약 체결, 정보기록 유지, 준법감시인 승인 등의 준수절차를 내걸며 예외사항을 뒀지만,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D증권사 관계자는 “준수절차조차 지키기 힘든 것이 많다”며 “감독당국이 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들으려 했는지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조항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E증권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금융투자업자가 아니면 임직원 겸직이 안됐지만 이번 시행령을 통해 집합투자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겸직이 가능해졌다”며 “감독당국이 나름대로 증권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하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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