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기름값 '뚜껑' 여니 '시끌벅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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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가격과 다르다"...정유업계, "유통구조 등 차이 때문"

"선택권에 도움은 커녕 혼란만"...'원가 공개' 목소리 커져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혹(공급가)떼려다 혹(생산 원가)붙인 격'이라고나 할까?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주간)의 가격 공개가 어렵사리 이뤄졌지만, 주유소와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되레 황당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한마디로, 주유소들이 공급받는 실제 가격과 반대라는 지적이다. '못믿겠다'거나 '통계상 오류가 아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에, 정유업계의 반발에도 불구 소비자들의 '선택권'에 도움을 주고 기름값 안정을 도모하려는 정부의 가격공개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에, '생산 원가' 공개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정유업계와 주유소업계,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4월 다섯째 주(4.26∼5.2)에 대리점과 주유소, 일반 판매소에 공급한 주간 평균 가격(세후)을 조사한 결과, 보통 휘발유는 SK에너지가 리터당 1천397.89원으로 가장 싸고, 에쓰오일(S-OIL)이 1천416.35원으로 가장 비싸다. 또, GS칼텍스가 1천416.30원, 현대오일뱅크는 1천413.79원이다.

반면, 차량용 경유는 GS칼텍스가 리터당 1천178.00원으로 가장 비싸고, SK에너지가 1천161.13원으로 가장 싸다. 현대오일뱅크는 1천175.77원, 에쓰오일은 1천175.09원 등이다.

문제는 이같은 통계에 대해 주유소업계의 반응이 납득할 수 없다며 어리둥절해하고 있다는 점.

주유소 업계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리터당 공급가격이 5∼10원 정도 비싸고,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이 5∼10원 정도 싼 데, 이번 가격공개 결과는 이같은 현실과는 정반대라는 것. 이에, 주유소 업계는 '믿을 수 없다'면서 통계상의 오류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주유소 업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SK에너지가 가장 비싸게 파는데 에쓰오일이 더 비싼 것처럼 나온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4월 다섯째 주 가격을 기준으로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주유소 판매가격(소비자 가격)을 보면 SK에너지가 가장 비싸고, 에쓰오일이 가장 싸게 나타났다. 주유소업계나 소비자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보통 휘발유는 SK에너지가 리터당 1천560.58원으로 가장 비싸고, 이어 GS칼텍스가 1천554.17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에쓰오일은 1천541.36원, 현대오일뱅크는 1천541.09원 등이다.

휘발유뿐만이 아니다. 차량용 경유도 마찬가지.

GS칼텍스가 리터당 1천344.65원으로 가장 비싸고, 그 다음은 SK에너지가 리터당 1천341.33원, 이어 현대오일뱅크 1천316.06원, 에쓰오일 1천315.73원등의 순이다.

이처럼, 정유사들의 실제 공급가격과 주유소나 소비자들의 체감가격간 격차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 회사별로 유통구조 등의 차이 때문이라는 게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SK에너지는 주유소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유통단계의 중간에 대리점 격인 SK네트웍스를 두고 SK네트웍스를 통해 주유소에 공급하는 유통구조로 돼 있다. 이 과정에서 SK네트웍스는 리터당 10원가량의 유통차액을 붙여 주유소에 재판매한다는 것. 그런데, 이번에 SK에너지가 공개한 가격은 SK네트웍스에 넘기는 출고가격이며, SK네트웍스가 주유소에 판매하는 가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즉, SK에너지의 공급가격에는 SK네트웍스의 유통차액이 빠져 더 싸게 보인다는 것. 이에 반해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은 주유소와 직거래하는 판매량이 전체의 70%를 넘는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번에 공개한 가격은 주유소에 넘길 때 자체적으로 붙인 유통이윤을 더한 판매가격으로 유통수수료가 붙어 더 비싸게 보이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무튼, 정유사별 기름값이 공개됐지만, 주유소나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유용한 정보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현재로선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객관화가 전제돼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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