亡者 '경호'하는 삼성…"회사 차원 조문계획 없다"
亡者 '경호'하는 삼성…"회사 차원 조문계획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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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모드' 일관...'팩트'없이 정황에 근거한 추측만 난무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삼성전자 이 모(51) 부사장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자살(26일)한지 하루. 한국의 대표기업에서 잘 나갔던 임원의 돌연한 자살. 그의 죽음에 따른 충격과 궁금증으로 이튿날인 27일 내내 술렁였다.

언론들은 '대기업 임원의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인가' 등 후속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속시원하게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삼성도, 삼성전자 측도 철저하게 '침묵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이 부사장 자살에 대해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일을 여름날 '소나기'로 여기는 듯하다.

과중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 우울증, 보직변경과 자존심의 상처 등등. 그럴 듯한 온갖 추측과 소문만이 난무할 뿐이다.     

새롭게 확인된 '팩트'는 고인이 된 이 모(51) 부사장이 51번째 생일이었던 전날 혼자 술을 마시고 장문의 유서를 남긴 뒤 투신했다는 점이 고작이다. 평소 술을 잘 안하는 건실한 그가 6층 집에서 24층 야외 테라스로 올라가는 모습이 CCTV에 잡혔고, 화단에서 발견 당시 손에 깨진 양주병을 쥔 채 쓰러져 있었다는 '정황'에 대한 보도가 그것이다.

관심을 끄는 유서와 관련해서도, 그가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A4용지 10여쪽 분량인데 "회사 때문에 힘들다", "우울증 때문에 고생했다"는 내용과 '회사 내부 상황에 대한 언급'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는 식이다. 경찰이 공개하지 않으면, 이 정도에서 유서에 대한 궁금증은 접어야 할 것같다. 물론, 그렇게 되면, '회사 내부 상황에 대한 언급'은 두말할 필요 조차 없어진다.  

이런 가운데, 곳곳에서 '삼성의 힘'(?)이 포착되고 있다. 27일 하루, 삼성 측은 삼성의료원에 차려진 빈소에 대한 취재진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삼성 직원들은 사람이 들어갈 때마다 신분을 확인하고 조문객만 빈소로 안내했다. 빈소 밖 대기실에선 삼성전자 홍보팀 직원 10여명이 몰려드는 취재진을 상대했다. 일사분란하고 체계적으로 마치, 빈소를 '경호'하는 것같은 분위기였다.

이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이 부사장의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 마무리지으려는 삼성 측의 의중이 엿보인다. 

이와관련, 한 언론 매체를 통해 나타난 삼성정자 측의 반응이 시선을 끈다. '투데이코리아'는 삼성 관계자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 부사장의 자살에 대해 삼성은 따로 할 말이 없다"며 "돌아가신 고인에 대해 뭐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준비된, 그리고 원론적인 답변이다.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 뒤 이어진 관계자의 말이다. "자살한 사람은 결코 강등된 것이 아니다"라며 "모 연구소장으로 있다가 경기도 기흥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반도체 제조 공정을 맡는 팀장으로 발령났지만, 결코 강등이 아니고 같은 부사장 직급 내의 인사 이동"이라고 강조했다.

통화 내용대로 라면, '삼성의 힘'의 한 축은 '냉정', 아니 '냉혹'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고인이 됐다고는 하지만 어제의 '부사장'을 '자살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점, 그리고 연구소장에서 팀장으로 보직이 변경된 것에 대해 결코 강등된 것이 아니라고 '강변'(?)한 대목에서, 누구라고 하더라도 그 '차가움'의 정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회사 차원에서 조문할 계획은 없다"는 말은 섬뜩함마저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공식적인 답변인지는 불확실 하지만.

누가 듣더라도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씨 부인 차 모(48)씨가 전화통화에서 "다 감사하다. 그런데 저희는 정말 괜찮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이 대목에서도 '삼성의 힘'을 어렴풋이 나마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한편, 고인이 된 이씨는 시가 80만원(27일)인 삼성전자 주식을 지난 7일 현재 8473주 보유, 주식가치만 60억원이 넘고 삼성전자 부사장 연봉이 1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돈 문제'로 이 씨가 고민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그렇게들 이야기한다고 한다.

때문에, "이 씨가 이번 인사발령을 굴욕적으로 느꼈을 것"이라며 "내성적인 성격인 이씨가 혼자 오래 고민하다가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는 그의 지인의 말이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삼성전자 부사장의 '주검'. 그의 죽음의 원인과 관련, 우울증을 앓을 정도로 평범치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망자의 평소 성품, 여기에, 삼성의 냉정한 기업문화가 자연스럽게 오버래핑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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