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의 역공 "국민 뜻보다 보스"…朴의 대응은?
鄭의 역공 "국민 뜻보다 보스"…朴의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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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딴 MJ와의 설전 '부담'...朴, '침묵모드'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시종일관 저자세로 설득형 행보를 해 오던 정운찬 국무총리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사실상 처음이다. 

정 총리의 반격으로, 또 한번 정치권에서 세종시를 둘러싼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을 위해 연단에 선 정운찬 총리는 지금까지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마지막 전투를 위해 배수의 진을 친 장수의 비장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정 총리는 '수정안이 껍데기만 남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 '원안이 껍데기'라고 주저없이 즉각 맞받아 쳤다. 세종시 원안이 '엉터리 계획'이라며, 처음부터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날 정 총리의 모습은 얼마전 '밝힐 수는 없지만 박 전 대표를 설득할 복안이 있다'고 말했던, 그 정 총리가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정 총리는 곧바로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엉터리 계획을 만든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마지못해 동의해주는 사람들 모두에 대한 책임 추궁이 내포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 총리는 그러면서 친박계 의원들이 국회의원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며, '작심발언'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자기가 속한 정당, 자기가 속한 계파 보스의 입장을 국민의 뜻을 대리하는, 국회의원의 본분보다 앞세우기 때문에 세종시를 제대로 만드는 일이 정쟁이 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학자 출신 정 총리로선 가장 '강력한 무기'를 꺼내든 셈이다. '계파'라거나 '보스'라는 표현 자체가 '黨人'인 박 전 대표에겐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날 박 전 대표는 의원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대정부 질문 내내 굳게 입을 다문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정 총리의 발언에 고함을 지르며 항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학재 의원은 "국토 균형발전과 과밀해소 차원에서, 박근혜 대표에 대한 음해는 정치적 저의가 의심된다."며 언성을 높였다. 박 전 대표가 원안을 고수하는 진정한 의도를 강조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는 반박과 주장들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다가, 한 의원으로 부터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책임지겠냐"는 질문이 날아 들었다. 정 총리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날 정 총리의 처음이지만 강력한 역공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침묵모드'일지, 아니면 '맞대응'에 나설지. 

최근 정몽준 대표와 잇딴 설전을 치른 박 전 대표로서는 여론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다수 국민들에겐 정쟁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전 대표가 과거처럼 '침묵모드'로 되돌아 갈 가능성이 일단 높아 보인다.

정 총리의 이날 공세가 이같은 '수읽기'(?))를 바탕으로 '감행'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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