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펀드,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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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2.1% 불과…"젊은 인력 태부족"
"우수매니저 양성 시스템 마련돼야"

[서울파이낸스 전보규 기자] 펀드의 성패는 매니저의 손에 의해 좌우된다. 시장과 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 및 대응을 할 수 있는 우수한 매니저의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펀드 운용의 차세대를 책임질 젊은 매니저들의 숫자가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래의 펀드 시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수십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펀드가 운용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운용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설이 시나리오에 머무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펀드매니저 공시에 등록된 매니저(2010년 8월 13일 기준) 511명 중 생년월일이 기재되지 않은 5명을 제외한 506명을 연령대 별로 분류한 결과 20대는 전체의 2.17%인 11명, 30대 초반(30세~34)은 12.64%인 64명으로 두 연령대를 합쳐도 15%에 미치지 못했다. 30대 중후반(35세~39세)은 36.16%, 40대 초반(40~44) 31.22%, 40대 중후반(45세~49세)과 50대 이상은 각각 16.4%, 1.38%를 차지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매니저들의 비중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70%를 15%로 대체할 수는 없다"며 "늦어도 10년후에는 펀드 운용을 책임질 20대 및 30대 초반 매니저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매니저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며 "우수한 차세대 매니저를 키워내기 위한 제도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드매니저는 기업과 산업, 시장에 대한 지식과 분석 능력 및 변동성에 대한 적절한 대응력을 갖춰야하며 단기간에 우수한 매니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니저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매니저 연령이 편중된 현상은 지난 10여년간 국내 펀드시장의 급성장으로 차세대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면서 초래된 결과다.

한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은 "펀드시장의 급격한 팽창으로 당장 전문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젊은 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 여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젊은 인력을 데려와 몇 년간 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매니저로서 능력을 갖춘 후에 회사에 남아있는다는 보장은 없다"며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가 불확실한 상황에 투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장기간의 투자로 매니저를 키워내는 것보다는 우수한 매니저를 스카웃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현명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펀드매니저들의 활동기간이 짧은 것도 현재 인력 구조에 대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모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매니저는 50세가 되기 전에 은퇴하고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이 가장 활발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연령대가 편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니저들의 은퇴시기가 빠른 것은 단기투자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지 단기투자가 대세를 이루다보니 자산운용사와 매니저들은 단기 성과를 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된다"며 "지나친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은퇴시기를 앞당기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매니저 본인의 운용철학을 바탕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본인의 운용철학을 펼치기 위해서 50대 이전에 은퇴를 하고 자문사를 차리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선 현재의 인력구조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은 "단순히 연령별 분포와 숫자만 갖고 향후 펀드운용을 담당할 인력 부족하다거나 인력 단절이 일어날 수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펀드매니저 자격을 획득하고 활동을 하고 있지 않거나 펀드 운용의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니저의 숫자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매니저의 숫자가 부족하다고 해도 향후 펀드 시장이 더욱 활성화돼 펀드 매니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적정한 보수와 대우가 보장된다면 매니저의 숫자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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