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대출 인기만큼 문제도 산적
코픽스대출 인기만큼 문제도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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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한 주택담보대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덕분에 금리 상승기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코픽스 대출 중 변동성이 큰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의 비중이 90%에 달하고 있어 금리 변동위험 완화라는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저금리인 코픽스 대출을 주택담보대출 등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면서 신용대출이나 전세대출 이용 고객이 차별받는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고정금리형 대출 및 잔액기준 코픽스 대출 실적을 경영실태평가 등에 반영할 방침이지만, 고객들이 당장 0.1%포인트라도 금리가 낮은 대출을 선호하고 있어 고정금리형 대출이 늘어날지는 미지수이다.


◇코픽스 대출, 일부 대출자엔 금리의 떡
코픽스 대출이 도입 6개월 만에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등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주 국민은행의 코픽스 대출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연 3.76~5.16%로 양도성 예금증서(CD) 연동 대출 금리 4.38~5.68%에 비해 최저 금리가 0.62%포인트나 낮다. 2억원을 대출한 경우 코픽스 대출과 CD 대출 간 연간 이자액 차이가 124만원에 달한다.

코픽스 대출은 금리가 6개월이나 1년마다 변해 3개월마다 바뀌는 CD연동 대출보다 시중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낮은 점도 매력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코픽스 대출 판매에 소극적이어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금리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과 아파트 분양 관련 집단대출에만 코픽스 대출을 적용하고 있으며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중기대출에는 코픽스 대출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체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 전세보증대출 등에 코픽스 대출을 적용하고 있지만, 기존 CD 대출에서 코픽스 대출로 1회에 한해 무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은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만 부여하고 있다.

외환은행과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만 코픽스를 적용하고 있다.

은행들이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별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코픽스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기한을 오는 10월29일까지로 종전보다 1~2개월 연장했지만, 전세대출자 등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최근 코픽스 대출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대출 전환 제한 등으로 6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273조2천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에 불과하다.


◇신규취급액 기준대출 비중 과도
코픽스 대출 중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점은 금리변동 위험 완화라는 당초 도입 취지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코픽스연동 대출 가운데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의 비중은 89.9%에 달하고 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 월중 새로 취급된 수신의 금리를 가중평균해 계산하기 때문에 전월말 수신 잔액의 금리를 가중평균해 계산하는 잔액기준 코픽스에 비해 시중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지난 2월 중순 3.88%로 고시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5월 중순 2.86%로 1.02%포인트 급락하고서 지난달 중순에는 3.01%로 0.15%포인트 상승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가 2월 중순 이후 3.92~4.11%의 0.19%포인트 범위에서 안정적인 등락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잔액 기준 코픽스보다 0.91%포인트 높아서 대부분 고객이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대출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은 잔액 기준 코픽스 대출을 아예 판매하지 않고 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대출 중에서도 금리변동 주기가 1년인 대출은 거의 판매되지 않고 있다. 6개월 변동형 코픽스 대출보다 시중금리 변동 위험이 낮지만,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1년 변동형 코픽스 대출 금리는 6개월 변동형에 비해 0.70%포인트 높은 수준이어서 찾는 고객이 거의 없다.


◇고정금리 실적 분기별 점검..경영평가에 반영
금융당국은 코픽스 도입으로 종래 CD 연동 대출보다는 대출금리가 다소 낮아졌지만, 애초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에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CD 연동형 금리보다 더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며 "오히려 금리 안정성 측면에서 볼 때 신규취급액 기준이 CD 연동형보다 더 불안정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고정금리나 잔액기준 코픽스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 창구에서 대출상담을 할 때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대출을 받으면 금리 상승 시 이자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토록 수차례 지도했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혼합한 상품개발에 나설 것을 독려하는 한편 은행이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나 고정금리 수준 자체를 인하토록 유도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지난 5월부터 은행별 고정금리 및 잔액기준 코픽스 대출 확대방안을 제출받은 데 이어 분기별로 은행의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미진하면 보완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또 이런 실적을 은행의 리스크(위험) 실태 관리평가나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그러나 금감원 역시 각종 지도가 강제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고객들이 당장 금리가 낮은 신규취급액 기준을 선호하고 있는데다 은행들도 금리 상승기의 경우 신규취급액 기준이 수익 증대에 유리하기 때문에 굳이 고정금리나 잔액기준을 확대할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도 "연합회를 중심으로 코픽스 개선책을 준비하는 것은 없다"며 "코픽스 상품을 정하는 것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어서 연합회가 간섭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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