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사 '협의 끝'···연말부터 화성서 생산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생산 중인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의 국내 출시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021년부터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있는 생산공장에서 현지 전략 모델인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만들고 있다. 이 차는 길이 5300mm 이상의 전통적인 험로 돌파형 픽업트럭이 아닌 도심에서도 부담 없이 탈 수 있게 개발된 길이 5300mm 이하의 신개념 픽업트럭이다.
지난 4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9만4162대. 이르면 올 상반기 누적 1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에서 오랫동안 픽업트럭을 만들어 온 미국·일본 브랜드와 정면승부를 피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도 차박 등 오토캠핑을 즐기는 이들을 중심으로 높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한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국내 출시되면 사고 싶네요", "수요도 꽤 있을 것 같은데, 언제쯤 출시될까요?"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업계는 국내 출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소형화물차 기준인 적재함 바닥면적 2㎡ 이상을 충족하지 못해 자동차세 2만8500원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다. 싼타크루즈의 적재함 바닥면적은 1.69㎡로, 국내 출시 시 승용차로 분류된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해외공장 생산차량 국내 도입과 관련한 현대차 노사 간의 갈등도 문제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사측에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을 발송하며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해외공장 생산차량 국내 도입 시 노조와 논의 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싼타크루즈가 한국 땅을 밟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싼타크루즈 국내 도입과 관련해서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기아의 경우 노사 협의를 거쳐 연말부터 경기 화성 소재 생산공장에서 픽업트럭 타스만을 생산하기로 했다. 연간 생산 목표는 6만5000대다.
국내 출시 시점은 내년 초고, 이후 호주를 비롯해 중동·아프리카 등 세계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북미 시장 진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통해 판매량과 수익성 모두를 확보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싼타크루즈와 달리 전통 픽업트럭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큰 차체와 넓은 적재함 바닥면적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소형화물차 기준도 무난히 충족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