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력은 '말의 성찬'(?)
상생협력은 '말의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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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미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상생 드라이브’가 대기업 총수들에게 ‘상생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이 소리없는 힘겨루기에 중소기업들의 등만 또 터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려운 상황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며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펼쳐온 현 정부가 갑자기 중소기업의 친구로 변신하면서 재계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4대 그룹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잇따라 상생협력방안을 쏟아내고 있는 것.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은 협력업체 현장을 방문하며, 大-中企 상생에 대한 자신들의 의지와 실천방안을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한물간 영화의 재탕을 보듯 그 결말에 별다른 기대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상생대책에 목말라 있는 중소기업에서는 강도 높은 요구를 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반응은 중기현장에서의 요란함과는 달리 어느 면에서 냉담하기만하다. 여기에 정부 관련부처 간 이견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은 역대 정부에서 끊임없이 거론되어 온 이슈다.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3개월에 한 번씩 청와대에 재벌 총수들과 중소기업 대표들을 불러 모아 상생협력 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중소기업 정책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만큼 중소기업 정책은 임기 5년 내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다. 이에 비추어 이미 임기 절반을 넘긴 이 대통령의 ‘중소기업 프렌들리’ 행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기업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에 협조를 어느 정도 이끌어내느냐에 일말의 희망이 있다. 지금이라도 탄탄한 정책 기반을 마련해 다음 정부에서 꾸준히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 하나가 공정거래 질서 확립이다.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을 적발·제재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중소기업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에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대로 된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올바른 관계 정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위에서 군림하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동반자 관계로서 서로 윈윈(win-win)하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가 아무리 상생협력 중요성을 피력해도 실적 부담을 느껴야 하는 실무진에서는 중소기업의 목을 조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총수를 비롯한 대기업 지도부의 규제 개선과 관리·감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13일 상생방안 마련을 위해 모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야 말로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상생협력이 이뤄져 다음 정권에서 대-중기 상생협력방안이 ‘쇼’로 전락해  재탕,삼탕 반복되는 일이 없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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