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독재와 독선
<시론> 독재와 독선
  • 이양우
  • 승인 2004.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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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등 제 분야가 혼미하다.
정치는 정치대로 국민적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고, 체감경기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사실, 참여정부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노무현정권탄생에 찬성표를 던진 사람은 물론이려니와 그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 조차도 일단 국민적 선택이니만큼 ‘모든 것이 잘 됐으면’하는 심정이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이런 시대적 상황에 탄생한 참여정부의 초반기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글쎄요를 넘어 탄식에 가깝다.
국민성을 들먹이는 극도의 비관론이 있는가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서슴없이 이민을 이야기할 정도이니 더 말해서 무엇하랴.

왜 그럴까.
그 어느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런 저런 해석들이 난무할 뿐이다.
혹자들은 현 정권의 성격적 특성을 들어 아주 심플하게 설명한다.
노무현정권은 우리 국민들이 처음으로 선택한 소수정파의 집권이기때문에 태생적으로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해석이다.
반기득권적 진보적 성향때문에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주류를 이뤄온 보수층과의 갈등이 불가피하고 그로 인한 충돌로 현재의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성향이 다른 집권층의 세력교체 과정에서 노정되는 구조적이면서도 과도기적 상황으로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이같은 해석은 비교적 문제의 본질에 가까운 통찰이고, 그래서 일리가 있다.
한편에서는 이런 해석도 한다.
현 집권세력을 상징하는 386세대의 국정운영능력의 미숙함탓이라는 해석이 그것이다.
한 국가를 관리하는 데는 고난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기때문에 경험많은 테크니션이 국정을 맡아야 하는데 아마추어인 386이 주도하다보니 국정운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즉. 선무당이 사람잡듯 386세대의 아마추어리즘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질타의 목소리이다.
이 또한 일견 수긍이 간다.
386세대의 공통점은 정치적 민주화를 위해 독재정권에 치열하게 저항한 세대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독재를 자양분으로 성장했다고도 볼 수 있다.
때문에 지나친 자기확신이나 독선을 지니기 쉬운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386이다.
이런 386세대가 집권세력에 너무 많이 포진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부정적 인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에 보다 근접하려면, 이른바 역사의식을 갖고 보다 꼼꼼히 상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피상적인 모습과는 달리 실상 참여정부가 떠안은 국정과제는 그리 만만치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권력이동과 그에 따른 사회적 통합이나 개혁만이 과제의 전부가 아니다.
숱한 굴곡의 역사, 이를테면 지역주의, 3김시대, 정경유착등 이같은 복잡한 문제를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21세기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하는 중차대한 짐을 진 정권이 바로 현정권이다.
그런데, 그 정리대상이나 논점들이 무척이나 복잡하고 입체적이라는 점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 국민적 컨센서스를 요하는 주요쟁점들은 대부분 단선적 사안이었다.
민주 아니면 반민주, 자율 아니면 규제식으로 선택이 단순했다.
그렇다 보니 국민적 컨센서스를 이뤄내기도 상대적으로 쉬었을 뿐아니라 지도자의 리더십도 이 같은 단순성하에서 행사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시대는 변했다.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와 분야가 극도로 다양화됐다.
그뿐이라면 그래도 해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단적인 예로 현재 우리사회를 혼돈스럽게하는 정체성에 대한 시시비비등을 포함한 이념논쟁을 보자.
우리사회에서는 이념논쟁자체가 서구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반세기를 동족이 남북으로 갈려 대결을 벌이는 살벌한 상황에서 이념문제는 본질을 상실한 채 굴절에 굴절을 거듭해 돌연변이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땅에서의 보수와 진보는 마뜩한 개념정립마저 쉽지 않은게 게 현실이다.
이는 더나아가 이 시대가 직접 경험한 현대사에 대한 평가자체마저도 혼돈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공과가 다시 도마위에 오른 박정희 정권 18년을 한번 상기해 보자.
‘경제성장’이라는 공의 이면은 ‘독재’라는 어두운 모습이다.
경제성장을 이루는 대신 우리는 그의 18년 장기독재로 지체된 정치민주화를 위해 그 만한 비용을 지불해야했다.
군사 쿠테타 정권의 원조라는 점에서 이후 연장된 군사정권도 그때문에 지불한 비용으로 봐야한다.
잘못끼워진 첫단추 때문에 먼길을 돌아오는 과정에서 지불한 댓가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최근 경제가 어렵다 보니 공이 허물을 덮으려는 듯한 사회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허물이 간과돼서는 결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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