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함바집 게이트'와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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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관계 로비 포착, 대대적 수사 이뤄질 듯

[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건설업부터 시작된 이른바 함바집 비리사건이 정·관계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대형건설사를 정조준 했던 검찰의 칼날이 전·현직 경찰간부는 물론 고위 공무원으로 방향을 틀며 사태가 '로비게이트'로 확산될 조짐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여환섭 부장검사)는 7일 함바집 비리에 전직 치안감이 2명 더 연루됐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이로써 수사대상으로 지목된 전·현직 경찰(해경 포함) 치안감급 이상 간부는 출국 금지된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외에 김병철 울산경찰청장, 양성철 광주경찰청장 등 6명으로 늘어났다.

아울러 검찰의 수사망이 전·현직 경찰 관계자를 넘어 정치권으로 확산될 조짐이라 새해 최대 '로비게이트'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이처럼 함바집 운영권을 둘러싼 건설업계의 치부가 정·관계로 확산된 것은 함바집 알선 브로커인 유모(65.구속기소)씨의 입김이 경찰·정치인·공기업 임원까지 미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유씨는 건설현장의 함바집 운영권을 따낸 뒤 자신이 거느린 2차 브로커들에게 이를 팔고, 이들 2차 브로커는 실제 함바집 업자들에게 운영권을 다시 파는 형태로 사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유씨가 경찰, 정치인, 공무원 등 지역과 직급을 가리지 않고 인맥을 쌓아왔고 이를 이용해 함바집 운영권을 따거나 알선 청탁을 해왔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 함바집 운영권 '불편한 진실'

함바집 사태가 대형건설사 사장은 물론 전·현직 경찰 관계자들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운영권을 놓고 거액이 오가기 때문이다.

특히 유씨가 지난 2007년부터 정유 플랜트 공장, 대단지 아파트 등 주로 규모가 큰 건설 현장을 무대로 활동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건설사는 물론 정·관계 인사까지 로비의 손길이 닿았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앞서 SK마케팅부문 김명종(59)사장이 소환·조사를 받은 이후 시장에서는 검찰의 칼날이 건설사를 넘어 정·관계를 조준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검찰수사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자 업계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씨가 운영권을 놓고 전 방위적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된 후 검찰의 행보가 바빠지자 대규모 로비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함바집 운영권을 놓고 검은 돈이 오가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수억원씩 거래되기도 해 검찰이 로비루트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 게이트 어디까지 확산될까

검찰이 유씨를 수사 대상으로 주목한 것은 지난해 10월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브로커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면서다.

당초 검찰 수사는 운영권만 확보하면 장기간 독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함바집을 두고 거액의 뒷돈이 오가는 건설업계의 병폐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의 연루 의혹이 불거지며 칼날이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이처럼 유씨의 로비 행각이 전·현직 경찰 관계자까지 미친 것으로 밝혀지자 경찰 수뇌부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육상과 해상의 치안을 책임졌던 전직 경찰수장 2명이 건설시장 치부의 중심에 놓이자 수사배경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거운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유씨가 경찰 고위직과 친분을 과시하며 로비를 했다고 해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라고 선을 그으며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모종의 힘 싸움이 숨어있다는 의혹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검찰에 구속기소 중인 유씨가 전직 차관급 1명과 전직 공기업 사장 과 공기업 고위 임원 등은 물론 서울시청 공무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자 서울시 또한 사태수습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유씨가 시청을 내방한 적은 있지만 로비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망이 경찰 수뇌부를 넘어 고위 공무원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라 함바집 게이트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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