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증권사 매도보고서, 실종 왜?-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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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 시리즈' 쓴소리 보고서 대표적 예

[서울파이낸스 양종곤 기자] 증권사 보고서가 '쓴 소리'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줄곧 시장에서 제기된 문제다. 반면 '현실상 어렵다'는 증권사 입장이 우선시돼 지적은 묻히기 일수였다. 하지만 몇 몇 쓴소리 보고서가 나와 시장을 놀래킨 사례도 있다. 결국 환경보다 애널리스트 소신 문제라는 지적이다.

증권사가 매도 보고서를 내놓기 어려운 환경이 비약적으로 악화된 것은 아니다.

지난 1990년대 활약했던 고참 애널리스트 역시 과거에도 증권사는 기업논리, 이해관계, 오히려 현재보다 정치적 논리가 얽혀 기업에 대한 비판이 쉽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몇몇 쓴 소리를 담은 보고서가 발간돼 시장은 물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례는 현 시점에서 되새겨볼만하다.

지난 1992년 증권가는 한 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로 '발칵' 뒤집혔다.

바로 현재 정의석 신한금융투자 상무가 당시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시절 쓴 '멍멍이 시리즈'라는 기업보고서다.

실제 부실 상장기업 25개사를 실명거론한 점도 파장을 낳았지만 이후 18개 기업이 부도 등 회사정리 사태가 발생해 그 적중률에 시장은 재차 놀랐다.

물론 당시 리서치 환경과 지금과는 분명 차이가 컸다. 현재처럼 특정한 섹터, 업종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그가 매수, 매도란 제목을 달고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 실명과 부실 요인을 꼬집어 공개한 점은 현재 매도 보고서 못지않게 높은 비판 수위를 지닌 것이다.

때문에 멍멍이 시리즈가 현재 보고서 시장에 주는 의미는 적중률보다 과감성이다. 정 상무는 보고서 직후 금융감독원에 불려가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이 그 보고서를 읽은 조치에 따른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정관계 모두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또 분석 초점을 성장성이 아닌 실제 기업부실 요인을 지적해 시장에 공개한 점도 남달랐다. 현재 대다수 기업보고서는 매도가 아닌 매수에 치중하다니 보니 비판꺼리보다는 성장가능성을 찾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상무는 "당시 92년도에는 경기, 정치, 기업, 자금 사정 모두 여의치 않았다"며 "투자자가 조심해야하는 기업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시장 환경상 애널리스트들이 자신이 쓴 것과 같은 부실기업리스트 보고서나 매도 보고서는 커녕 비판적인 보고서를 쓰기힘든 상황임을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 보고서 환경에서도 충분히 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후속 보고서나 틀린 전망에 대한 반성 보고서 등을 통해 정확한 정보에 대해 시장과 피드백이 이뤄지면 매도 보고서 못지않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상무는 "현재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 행간에 자산의 분명한 의견을 싣거나, 보고서를 낸 후 자책보고서 등을 내며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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