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과열로 공모펀드 차별성 상실
운용정보 열람제한·성과보상금지 등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랩어카운트는 투자결과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이 강하게 적용됐다. 이는 금융회사가 투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20일 정부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자본시장연구원 등 업계전반에서 지적됐던 자문형 랩 상품의 부작용을 근절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일반 금융투자 상품보다 강화된 고객확인의무를 적용하고, 투자성향 분류를 좀 더 세밀하게 구성해 투자자보호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투자유형에 맞지 않는 상품 계약을 금지시키고 위험고지 등 설명의무도 강화하기로 했다.
자문형 랩어카운트에 대해서는 운용정보 열람시간제한과 성과보상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모범규준을 만들어 시장과열을 방지키로 했다.
이같은 규제는 그동안 자문형 랩 등 투자일임 상품들은 추종매매와 부실한 투자유형분류 등으로 투자자의 자기책임이 강하게 작용하는 반면 금융회사의 손실책임은 약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랩어카운트의 운용원칙은 투자자와 투자일임사 간 일대일 계약을 맺은 다음 투자자의 구체적인 요구를 받아 개별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같은 일임상품들은 개별 투자자의 의견이 자산관리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공모펀드와 달라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모펀드와 랩상품 간 구별이 모호하다는 문제점이 드러났었다. 랩의 복잡한 구조와 수수료 체계로 투자일임사가 일괄적으로 제공한 포트폴리오를 투자자들이 수동적으로 따르는 일이 많아지면서 '맡겨두고 살펴보는' 일반 공모펀드와 차이가 점점 줄어들던 것이다.
게다가 랩어카운트 가입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정된 인원을 가진 금융회사들로서는 투자자의 의견을 반영한 개별적인 랩어카운트의 운용도 어렵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투자 결과에 대한 투자자의 책임이 과다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었다. 랩어카운트는 HTS 등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이 강하게 적용된다.
게다가 랩 시장의 문턱이 점차 낮아지면서 시장이 과열되자 수수료보다 수익률에 따른 성과보수로 이익을 얻으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향도 강해져 문제가 됐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랩을 둘러싼 고수익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증시 하락 때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며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조치로 투자자보호가 강화되면서 랩어카운트 시장이 롱런할 기반을 닦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