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생명 "2020년 점유율 1위 목표"
업계, 농협銀 1조 방카 수익창출 기대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오는 3월2일이면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에 따라 농협공제가 'NH생명', 'NH손보'로 간판을 바꿔 새롭게 출범하게 된다. 특히 생보업계의 경우 업계 판도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판도변화 예고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농협중앙회는 NH생명·손보 사장을 내정하며 출범준비를 완료했다. NH생명 사장에는 나동민 현 농협보험 분사장을, NH손보 사장에는 김학현 전 농협 인천지역본부장이 내정됐다.
나동민 사장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금융팀장을 거쳐 금융위 보험사구조조정위원회 위원장, 재경부 금융발전심의위원, 보험연구원 원장 등을 거치고 NH보험 분사장을 역임했다. 김학현 NH손보 내정자는 1973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농협중앙회 공제사업본부 팀장, 공제교육원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 2008년 생명보험부 부장을 거쳐 2010년 농협중앙회 인천지역본부장을 맡았다.
NH생명은 2일 설립과 동시에 삼성생명(150조원), 대한생명(65조원), 교보생명(60조원)에 이어 업계 4위로 진입하게 된다. 2011년 수입보험료는 8조9687억원으로 대한생명(11조1000억원)이나 교보생명(10조8000억원)을 바짝 뒤쫓고 있다.
NH손보는 업계 7~9위 규모 수준으로 손보시장에 진입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NH손보는 영업력 확충과 함께 상품개발 노하우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손보사 인수 등을 통해 규모를 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농협의 최대 강점은 전국에 퍼져있는 방대한 지점망이다. 1172개의 은행지점과 4300여개의 단위조합은 다른 금융사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규모다. 특히 지방의 경우 농협의 영향력이 상당하며, 단위조합은 5년간 방카슈랑스 25%규제가 유예된다는 점도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NH생명은 지난해말 32조원인 총자산 규모를 2020년까지 76조원로 늘려 1위 보험사로 등극하는 게 목표이며, NH손보 역시 지난해말 900억원에 그쳤던 총자산을 2020년 12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생보업계의 경우 NH생명에 입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생보사들이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이 순수저축성보험을 판매하는 등 대형사들이 적극 나서면서 중소사들도 파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저축성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자산건전성·IT 개선 과제…"빠른 성장 어려워"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NH보험의 가장 큰 약점은 취약한 영업조직이다. 현재 농협보험의 설계사 수는 1500명 수준으로, 삼성생명(3만9000명)의 30분의 1수준이며, 중소형 생보사의 규모보다 적다. 때문에 NH보험은 그동안 설계사 확충에 나서왔으며, 조직을 키우기 위해 지점장급을 대상으로 억대연봉을 제시하기도 했다.
상품개발능력과 자산수익률 개선도 과제다. 변액보험은 주요 생보사들의 수입보험료 20% 가량을 차지하는 주력상품임에도 현재 농협은 시스템 구축의 한계로 당분간은 변액변액상품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자산수익률 역시 0.57%로 생보업계 평균 0.74%보다 낮다. 예정사업비 및 실제사업비가 상대적으로 높아 비차익 부분이 저조한 탓이다.
자산건전성 개선도 숙제로 갖고 있다. NH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115%로, 금융당국의 권고수준(150%)에도 크게 못 미친다. 자칫하면 경영개선권고를 받게 될 수준이다. 그러나 NH보험의 '매머드급' 규모상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엄청난 자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지난해 D-Dos 공격으로 서버가 마비되는 등 허술한 전산시스템도 개선 과제다. 때문에 금감원은 그동안 전산망을 검사해왔으며, 출범 이후에도 지속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전성이나 소비자 문제 위주로 지난 1월부터 농수산식품부 직원들과 함께 점검을 진행해 왔다"며 "출범한 이후에는 금감원 단독으로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NH보험의 성장세는 가파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승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NH보험의 향후 수익성과 건전성은 타 보험사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당분간 방카슈랑스와 다이렉트 채널 위주의 생보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초기 투자비용이 비교적 많이 드는 설계사 채널보다는 규제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방카슈랑스 채널을 활용해 영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銀, 방카슈랑스 신시장 주목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농협은행이 방카슈랑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단위농협은 그동안 창구를 통해 농협보험만을 100% 판매해왔지만, 출범 이후 중앙회는 '방카슈랑스 25% 룰'을 적용받는다. 전국 1160개의 농협중앙회의 창구를 통해 판매된 NH보험의 수입보험료는 2010년 1조3276억원, 2011년 1조2365억원이다. 25% 룰을 적용받게 되면 남은 75%인 약 1조원 가량의 방카슈랑스 시장이 열린 것이다.
이미 농협은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을 방카슈랑스 우선 제휴사업자로 선정했다.
그중 가장 적극적인 보험사는 동양생명이다. 동양생명은 3월2일 농협은행에 총 3종의 상품을 론칭하고 방카슈랑스 제휴 영업을 개시하기로 했다. 어린이보험(수호천사 꿈나무플랜보험), 양로보험(수호천사 뉴하이클래스저축보험) 등 차별화된 상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농협은행 신규 선점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농협은행 및 농협보험의 출범은 보험사 입장에서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며 "새롭게 열리는 방카슈랑스 시장 조기선점을 통해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