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기대감 속 걱정이 앞서는 까닭
박근혜 정부, 기대감 속 걱정이 앞서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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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출범이 두서 없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취임식 행사 하나 매끄러웠을 뿐 무엇 하나 순탄하게 진행되는 게 보이질 않는다.

취임식이 끝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정부조직 개편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무총리를 제외하고는 정부 각료 중 누구 하나 새로이 임명되지 못했다. 그나마 너무 질척대는 새정부 출범이 야당에 역풍으로 작용할세라 민주당이 서둘러 임명 동의를 해준 덕을 본 것이 아닌가 싶다.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들은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조속한 국회 동의를 구하지만 취임 직전까지 내정자 선정을 미루다 막판에 쏟아 내놓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책을 지적하지는 않는다. 정부조직 개편안만 해도 논의가 불가능하게 ‘원안 고수’만을 되풀이해 읊고 있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원인제공자라는 지적은 없다.

그렇기에 막판에 한꺼번에 쏟아내듯 명단을 한꺼번에 발표함으로써 국회가 검증 일정에 쫓기게 만든 것이 야당을 궁지로 몰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전략은 아니었을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언론이 이리저리 예측하던 인물들과는 동떨어진 이들을 그야말로 ‘깜짝 인선’해놓고 검증할 시간도 주지 않으려는 박근혜식 인사 스타일은 그가 후보 시절 민주당을 향해 내쏟던 비판과 맞물리며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놀이 중에 네가 보낸 악의적 사인을 되돌려준다는 의미의 ‘반사’라는 것이 있는데 흡사 그런 아이들 놀이를 보는 것만 같다.

총선이 가까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야당으로서도 참 곤혹스러운 상황이기는 할 터다. 그렇다고 의혹투성이인 각료 내정자들을 무조건 통과시키기만 해서는 야당의 존재 의미 자체가 사라질 판이다. 의혹이 넘쳐나다 보니 웬만한 부동산 투기며 위장전입 정도는 결격사유로 꼽기도 민망하다. 결국 최선 아니면 차선이라는 각오로 어지간한 문제들은 덮고 넘어가게 생겼으니 신임 대통령으로서는 전략적 성공을 거두는 셈인가.

이런저런 문제가 넘치는데다 새 정부 대변인은 불통 대통령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듯 대통령 일정 몇 가지 소개하는 것으로 역할 다했다는 자세를 고수한다. 당선인 시절 입 싼 사람을 비판한 한마디로 인해 몸조심들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심중을 읽을 측근들이 없어서인지 아무튼 측근에서나 여당 내에서도 일체의 정보가 흘러나오지를 않는다.

이처럼 매일 그게 그것처럼 지리멸렬한 국회 청문회 소식 이외에 정치뉴스가 없다보니 대통령 패션이 주요 기사로 넘쳐난다. 물론 정치인의 패션은 어느 나라에서나 관심거리이고 영부인들의 패션이 그 나라 패션산업의 주요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하는 시대이니 더구나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클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

박근혜 패션 혹은 박근혜 대통령 패션이라는 검색어로 나오는 기사가 대통령 취임사 기사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이러다가 5년 내내 대통령 패션이 최대 화두인 이상한 정권이 탄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대통령 패션도 충분히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언론이 정직한 분석을 기피하고 ‘찬양’에만 열을 올리다보니 쓸 내용이 빈곤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아직 집권 초기이니 되도록 긍정적 기사를 쓰며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가질 수는 있다. 특히 여당은 애국자 집단, 야당은 골칫덩이 ‘좌빨’로 여기는 언론들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정상적인 기사거리 찾기가 참 어려울 법도 하다.

인터넷에 떠있는 모 매체 기사를 보면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현재 상황을 간단히 정리한 재미있는 표현이 보인다. ‘정부의 사유화, 정당의 비서화, 언론의 관보화’라고.

하긴 새 정부 명칭을 ‘박근혜 정부’로 정했다고 할 때부터 출범할 정부의 1인 중심체제 성격이 드러나기는 했다. 당선인 한마디에 인수위는 물론 여당까지 일제히 ‘합’ 하고 입을 다물어버리는 모습에서도 새 정부가 어떤 모습으로 갈지를 보여줬다. ‘원칙 고수’라는 한마디로 논의에서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새누리당 의원들 모습 역시 마찬가지였고.

굳이 새마을 운동 부활을 외치는 데까지 보지 않아도 이런 모습에서 이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엄혹했던 시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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