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정액요금제의 도입이 초고속 인터넷과 인터넷경제의 발전을 이끌었듯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본격적인 데이터 시대로의 전환을 촉발해 모바일 기반 벤처기업과 산업 생태계의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최근 KT,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까지 새로운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 각각의 명칭은 '데이터 선택', '데이터 중심', 'band 데이터' 등으로 이동통신 서비스의 이용 방식이 음성과 문자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 이통사는 2만원대의 '저렴한 요금제'가 출시됐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고, 정부 여당도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은 박근혜 정부가 서민경제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대선공약으로 추진한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 중 핵심과제"라고 평가했고, 미래부 역시 "음성통화량이 많은 가입자들 중 데이터 사용량이 300MB 이하인 가입자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2만9900원)에 가입해 요금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가계통신비의 절감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사실 통신사들이 주장하는 '2만원대 요금'의 경우 괜한 생트집이라고 하면 할말 없지만 부가세가 붙으면 사실상 3만원대다. 편의점에서 캔음료를 사더라도 세금을 제외한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요금제가 발표됐을 당시 '영업사원의 세컨드폰(업무용 휴대전화) 용도로 적합하다'는 판단이 섰다. 2만원대 최하위 요금제의 300MB 데이터로는 '카톡' 같은 메신저조차 원활히 이용하기 어렵다. 사실상 피처폰 전용 요금제가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고가의 요금제 구간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존 요금제와 큰 차이가 없다. 이번 요금제에서 이통3사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 시작구간은 SK텔레콤 6만1000원, KT와 LG유플러스 5만9900원으로 기존 데이터무제한 요금제에 비해 고작 250~2100원 저렴한 수준이다.
특히 국내 무선 트래픽은 갈수록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2년 1월 1가입자당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1515MB(1.48GB) 정도였지만, 지난 3월 기준으로는 3365MB(3.29GB)까지 치솟았다. 발전하는 통신속도 만큼이나 고화질·고음질의 대용량 콘텐츠들도 쏟아진다.
결국 이통사는 '돈이 안되는' 음성통화는 무제한으로 풀고 '돈이 되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요금 체계를 개편한 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소비자들로서는 '2만원대'라는 말에 혹해 가입했다가는 요금폭탄을 맞게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이통시장의 소비패턴이 기존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를 따르는 것은 이통사들로서는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마치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희생이냥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행태로 비쳐질 수 있다.
"데이터 사용량이 늘고 통화량은 줄었는데, 요금제는 반대로 가고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 관련해 최근 인터넷 상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다. '똑똑해지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