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닻 올린 '유창근號', 현대상선 순항할까?
[초점] 닻 올린 '유창근號', 현대상선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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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근 현대상선 신임 대표이사가 이달 초 현대상선을 방문해 주요 임직원들과 현안을 직접 챙기며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상선)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29일 현대상선 새 사령탑에 유창근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공식 선임됐다. 2년 만에 현대상선 구원투수로 돌아온 것이다.

현대상선이 현대그룹 품에서 벗어나 산업은행과 채권단의 공동 관리를 받게 되면서 유창근 신임 대표에게는 '현대상선 정상화'라는 무거운 과제가 주어졌다.

더욱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땅에 떨어진 한국 해운업 위상과 구조조정으로 훼손된 국적선사로서의 현대상선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유 신임 대표는 지난 2일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로부터 최고경영자(CEO) 후보자로 최종 결정 통보를 받은 직후인 다음날 주말 현대상선을 방문해 현대상선 및 해운업계의 전반적인 현안들을 직접 챙기며 점검하기도 했다.

또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인해 긴급 개설된 현대상선 비상상황실을 점검하고 운송 차질 및 화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경영정상화 궤도에 올라서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현대상선의 재무 상태는 좋지 않다. 올 상반기 41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적자다.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세계 컨테이너시장에서 현대상선이 선전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 1, 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로 구성된 얼라이언스 '2M' 가입도 마무리 지어야한다. 양해각서(MOU)만 맺은 상태로, 현대상선은 오는 11월 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MSC 측에서 체결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2M 가입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국적선사로의 경쟁력 회복 역시 중요하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공백을 틈타 머스크 등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국내 해운시장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노선에 대체선박을 투입하고 있지만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영국 해운 전문지 로이드리스트는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있는 '톱20' 선사 들 중 한개 선사는 엄청난 도약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실제 머스크와 MSC는 현대상선의 주 무대인 아시아~태평양 노선에 선박을 투입하면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1만3000TEU급 대형 선박을 본격적으로 투입할 경우 현대상선이 밀리는 건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머스크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현대상선은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유 신임 대표의 전문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유 신임 대표는 지난 2012년 1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는 등 현대상선에 20여년을 넘게 근무한 정통 해운맨이다.

2006년 컨테이너사업부문장을 거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현대상선의 자회사인 해영선박 대표이사를 맡았고, 최근까지는 인천항만공사 사장을 지내 해운전문가라는 평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 신임 대표는 해운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전문적인 지식,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 탁월한 경영능력 등이 높이 평가됐다"며 "조만간 인사말을 통해 향후 현대상선을 어떻게 이끌어갈지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이 경영정상화가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한다. 당분간 업황악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당장의 실적개선 및 유 신임 대표가 사업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얼라이언스 가입, 한진해운 자산 인수 등 굵직한 해결 과제들이 산재해 있는 만큼 유 신임 대표이 경영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면서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알짜 자산을 매각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가지 못하는 현대상선이 향후 운임 경쟁에서 얼마나 싸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 신임 대표의 경우 현대상선 부실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며 "어떤 경영자가 와도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유 신임 대표의 임기는 2018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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