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법제연구팀 선임연구원

소비자는 소비생활 중에 불편함을 느낄 때, 이 불편함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또한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위험을 전가하거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경우 소비자는 계약체결 과정에서 이를 회피하고자 한다.

이 때 사업자는 법률 등을 근거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거래조건이나 영업행위가 합법이라거나 적어도 불법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불만스럽지만, 소비자는 소비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지금'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업자와 불리한 거래를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개인 소비자 측면에서는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범주를 달리해 우리나라 전체 소비자 권익과 결부해 생각해보면 절대로 사소한 일이 아니다.

최근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 매장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드라이브스루 진출입로는 도로 관련법상 안전대책을 수립해야할 공간에 포함되지 않아 시설 이용자나 보행자가 안전사고를 겪을 우려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사업자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있지만 비용에 해당하는 안전관련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할 이유가 없다.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자연휴양림을 예약·결제한 후에는 이용권의 양도가 제한된다. 이러한 계약내용을 약관으로 마련한 데에는 명분이 있다. 특정인이 이용권을 매점매석하여 부당이득을 취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환불 가능 기간을 경과한 후에 예약자인 아빠가 회사에 바쁜 일이 생겨 갈 수 없게 된다면, 나머지 가족들도 이용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해당 이용권은 사장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주요 소비자문제를 심의·의결하는 소비자정책위원회를 두고 있다. 소비자정책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소비생활 문제의 효과적 해결을 위해 소비자지향성 평가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정책위원회는 소비자지향성 평가사업을 통해 각종 법령과 제도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검토하여 각 부처 등에게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소비자정책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드라이브스루 진출입로와 관련된 효율적인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고, 인천광역시는 소비자지향적 조례 개정을 통해 자연휴양림 이용권의 양도범위를 직계 존·비속과 배우자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다.

소비자지향성 평가사업은 「소비자기본법」 개정(2016년 3월29일)으로 근거조항이 명시적으로 마련됐다(소비자기본법 제25조 제1항 및 제2항). 동 사업은 2009년부터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생활 향상을 위해 함께 추진한 사업이었으나 그 동안 법률상 근거가 없어 관계 행정기관의 협조를 얻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노력으로 많은 소비생활 제도개선이 이뤄졌으며 그 결과 법률상 근거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동 사업은 소비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소비자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소비생활에 영향을 주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사업자의 사업 활동 등에 대하여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를 가진다. 소비자가 자신의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 소비자단체를 조직하고 활동을 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소비자정책위원회를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게 됐다.

보다 나은 소비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앞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로 관계 행정기관의 법령과 제도가 더욱 소비자지향적으로 바뀔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