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美 환율조작국 지정 배제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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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 오찬 간담회> "주요국 완화 기조 지속할 전망"
"사드 보복에 관광업 타격…다음달 경제 전망에 반영할 것"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소공동 본관에서 개최한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 재무부의 한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환율 정책의 투명성'을 강조한 미 정부의 입장을 감안해 주시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대외 경제 여건에 대한 평가는 '금리 동결' 신호로 읽힌다. 이 총재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여파는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본 반면, 보호무역 주의 확산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은 경제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분간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등이 완화 기조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이 총재는 23일 소공동 한은 본관 15층에서 개최한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은 현행법 상 가능성이 높지 않고 지정되지 않아야 한다"면서도 "이번 G20 회의에서 미국 측 입장을 귀담아 들어보니 환율정책 투명성을 강조한 점을 봐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율조작국 지정 시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미국 측에 외환시장 상황과 경상수지 흑자 배경을 적극 설명하고 있다"며 "만약 지정되면 시정을 위한 양자 협의를 요구할 것이고, 협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해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과 함께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진 데 따른 대응 방침에 대해서는 쏠림 현상이 과도할 경우에만 미세조정에 나서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그 과정에서의 시장이 급변동할 수 있지만 환율은 수요와 공급, 기초경제여건을 통해 결정됨이 바람직하다는게 기본 입장"이라며 "쏠림 현상이 크게 확대될 때 시장 안정화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G20 회의 공동선언에서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은 향후 우리 경제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 총재는 "해당 문구 변화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며 "내수 부진으로 수출이 경제 회복세를 이끄는 현 상황에서는 경제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주요국의 경제가 회복세에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고 덧붙였다.

BIS(국제결제은행) 총재 회의 결과 미국 금리 인상 발 긴축 기조가 글로벌 중앙은행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도 내놨다. 이 총재는 "최근 물가 상승은 국제유가를 비롯한 공급 측 요인에 따른 것이고 수요 면에서는 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과 물가상승률의 고리가 약화되는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로 고용시장이 회복되더라도 향후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며 "결론적으로 ECB와 일본, 영국 등은 당분간 현재의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급격한 여건 변화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를 꼽았다. 이 총재는 "한달 전 통방회의 당시에는 미 금리 인상이 6월에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었으나, 이후 고용 증가세가 견조하고 물가 오름세가 높아지면서 3월로 앞당겨졌다"며 "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유지되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낮아지고 국내 금융시장도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은 관광업종과 일부 서비스 업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하고 다음달 성장 전망에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이후 여행을 규제하고 통관 조치를 까다롭게 하거나, 무역제한조치 등을 시행했다"며 "3월 들어 중국 관광객이 전년동기대비 20% 내외로 감소했고, 여행 숙박업 등 관광 관련 업종이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일부 서비스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관련 업종의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드 보복 조치에 따른 성장률 하향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총재는 "다음달 경제 전망에 사드 보복 여파를 파악해 반영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적으로 상대 측 스탠스에 달려있는 만큼 향후 무역제한 조치 강도가 어떻게 될지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가능한 참작해서 영향을 짚어보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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