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인수위 두 달 간의 준비기간도 없이 당선되자마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와 더불어 역점을 두고 있는 안보 분야 인선에 그 어느 분야보다 장고하는 모습이다. 그 바람에 중요한 행사에도 박근혜 정부 각료가 대동하는 이상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조바심을 내는가 하면 여기저기서 직무대행들이 줄이어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탄핵국면에서도 그러했듯 다소 부족하긴 한 대로 나랏일이 그럭저럭 굴러가는 모습에서 성숙한 우리 사회에 고마움마저 느끼게 된다.

이는 국민들이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는 상황의 힘을 크게 받은 덕분이기도 하다. 촛불집회의 그 대단한 저력에 공무원들도 심정적 동조를 보내거나 눈치를 보거나 어느 쪽이든 조심스럽게 할 일을 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든 집권 이튿날부터 연기만 피어오를 뿐 외교 안보 라인 인선은 일주일째 늦어지고 있다. 대신 새 정부의 정상외교 준비는 각국으로 보내는 특사들로부터 시작됐다. 나름대로 굵직한 인사들이 여러 나라로 날아가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전하며 우리가 새로 시작했음을 충분히 인식시키고 있다.

외교 안보 라인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는 우리의 안보가 외교와 국방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기 위한 고민 때문이라고 알려지고 있으나 일단 문재인 정부의 무게중심은 외교 쪽에 쏠려있는 듯 보인다.

국방은 자주국방의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북핵문제는 주변국들과의 적극적 협력으로 풀어나간다는 기본방침이 선 것으로 평가받는 새 정부의 기본 정책방향은 국민 생명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인정한다. 북한과의 관계도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당장의 위협에는 적극 대응한다는 새 대통령의 일처리 방식이 새 정부의 안보관에 불안을 느끼던 보수 세력들조차 안심할 수 있게 만들었으니 일단 첫발은 잘 뗀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현재까지의 국내 문제 처리방향은 모든 왜곡됐던 것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데 초기역량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아직 뚜렷한 개성을 드러냈다고 보기 이르다.

그런 새 정부를 위해 제안 하나를 하고 싶다.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보라고.

지리적으로 반도국가의 절반, 남쪽 좁은 땅에 웅크리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위치는 사실상 육로로는 고립된 ‘섬’과 같은 처지다. 한동안 유행처럼 회자되던 북방외교도 그 원칙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육로가 막혀있고 해로 또한 원활한 교통이 어려운 현재의 처지에서 교류의 한계가 분명하다. 항로야 열려있다지만 다량의 물자와 인적 교류를 확대해 나가늘 ‘길’로서의 효용은 많이 부족하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육로로 연결될 수 있다면 우리의 세계는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 그래서 한동안 유라시아철도의 연결 문제가 얘기되더니 요즘은 잠잠해졌다. 러시아산 원유 수송을 위한 송유관 가설 논의도 남북관계가 엉클어지면서 쑥 들어갔다. 영토적으로 북한을 경유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로마는 그 전성기를 사방으로 펼쳐져 있던 자신들의 정복지를 잇는 수많은 도로와 함께 했다. 로마의 번영은 정복전쟁 자체가 아니라 정복한 식민지를 잇는 그 수많은 길을 통해 사람도 물자도 부지런히 소통시켰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 길을 우리가 지금 만들어 나가기 위해 남북의 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을 적으로 보든, 하나의 민족으로 보든 아무래도 좋다. 다만 적으로 보더라도 최소한의 소통 창구는 늘 열어두어야만 하다. 우리가 크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는 적어도 지난 두 번의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 그동안 북방외교를 외치면서도 중앙아시아와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꽤 많은 친연성이 있음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채 경제동물처럼 단지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덤벼들어 장기적 우방을 얻을만한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적어도 중앙아시아는 고조선, 고구려로 이어지는 고대사회에서 우리와 하나의 나라 혹은 하나의 문명권을 이루던 한때의 같은 겨레였음을 그들의 역사적 기억이나 유사한 전설 혹은 오랜 시간동안 달라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공통점을 지닌 ‘말’로서 발견해낼 수 있다. 그래서 보다 진한 연대가 가능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큰 그림을 그릴 줄 몰랐다. 새 정부는 적어도 북방 아시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역사문화권으로 묶어나갈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