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연구 빗장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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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탯줄에서 뽑아낸 제대혈에는 적혈구·백혈구 같은 혈액 성분을 만드는 조혈모세포, 뼈나 연골을 만들어내는 간엽줄기세포가 들어있다.

복지부, 제도 개선 TF 운영…부적격 사용 처벌 강화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제대혈 연구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과 학계, 산업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률 개선 논의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제대혈은 탯줄에서 뽑아낸 혈액이다. 제대혈 안엔 적혈구·백혈구와 같은 혈액 성분을 만드는 조혈모세포, 뼈나 연골을 만들어내는 간엽줄기세포가 들어있다. 과거엔 출산 후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관 사례도 늘고 있다.

제대혈을 체내에 투여하는 것을 '이식'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선 1998년 급성백혈병 환자가 제대혈 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었고, 이후 관련 연구가 확대됐다. 2011년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제대혈법)'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법은 활발한 연구보다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 정연덕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련법을 제정할 때 연구보다 '이식과 관리' 목적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대혈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동종 업계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제대혈 기증 활성화와 연구용 제대혈의 다각적 활용을 위한 TF를 꾸려 네 차례 사안을 검토했다.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영호 한양대 교수에게 연구 용역도 맡겼다.

이영호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제대혈 연구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영호 교수에 따르면, 현재 약 5만단위 기증제대혈과 70만단위 이상 가족제대혈이 보관돼 있지만, 활용도가 미흡하다. 이 교수는 "제대혈 이식으로 인한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면서, 연구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제대혈 기증 및 연구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 토론자들. 왼쪽부터 정연덕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경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유건희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제대혈위원회 위원장, 이영호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박미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 김태규 가톨릭 기증제대혈은행장. (사진=김현경 기자)

이 교수는 제대혈 연구 활성화를 위해 제대혈법 시행 전 보관된 기증제대혈 가운데 이식용 적격제대혈을 제외한 것을 연구용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세포 수가 7억개 이상인 제대혈만 이식 목적으로 사용되고, 그 미만은 이식에 적합하지 않아 폐기가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부적격 제대혈을 연구용으로 사용한다.

이 교수는 보관 기간이 15년 이상이면서 총 유핵세포(핵이 있는 세포) 수가 10억개 미만인 제대혈도 연구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신선 제대혈이나 단기간 냉동된 제대혈을 이용한 연구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선 제대혈을 이용한 연구는 일선 산부인과와 제대혈은행을 통해 가능하고, 단기 냉동된 제대혈은 정보센터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연구용 제대혈 공급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를 제시했다. 제대혈정보센터가 실시간으로 제대혈은행의 연구용 부적격 제대혈 발생 현황을 집계하면서 수요·공급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적격 처리되는 기증제대혈 보관에 대해서도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경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도 부적격 제대혈을 활용한 연구 보장에 힘을 실었다. 강 교수는 "제대혈법에는 부적격 제대혈로 임상시험할 수 있다고 명시됐지만, 제대혈은행에선 임상시험용 공급을 금지한다"며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제대혈은행과 보건복지부의 줄기세포 지원 사업 간 연계도 제안했다.

최효선 보령 비알셀뱅크 가족 제대혈은행 의료책임자는 "제대혈 위탁이 질병 치료 외에 의학적 연구로 쓰이도록 정의된다면 가족 제대혈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치료 범위 넓히고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의약품과 면역치료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제대혈 위탁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대혈을 의약품 원료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김태규 가톨릭 기증제대혈은행장은 "의약품 원료로 사용하는 부분은 상업적인 면과도 연관돼 있어 애매하지만, 의료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더 많은 돈을 지원해 의약품 원료로 사용되도록 길을 터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요구가 큰 만큼 유통 단속도 강화된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과장은 "지난해 말 (제대혈이 불법 유통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상반기에 제대혈은행을 전수조사했다. 부적격 제대혈을 사용할 경우 처벌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주기적으로 제대혈은행을 심사·평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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