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경대응에 화들짝…농협銀 "금융위 가이드라인 보고 결정"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가상통화) 거래소(취급업자)와 관련된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에 나서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향후 전반적인 여건을 고려해 도입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를 볼 때 앞으로도 도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일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준비 중이던 실명확인 가상계좌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고 기존 가상계좌 서비스도 점진적으로 닫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 관계자는 "서비스를 아예 중단하겠다는 것이 아니며 가상계좌 실명확인 서비스와 함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구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최근 빗썸, 코빗 등 3개 가상화폐 거래소에 공문을 보내 기존 가상계좌 정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혼란이 빚어지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국의 방침이 정해질 때까지 가상계좌 서비스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기존 가상계좌 해지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전산 시스템을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농협은행의 가상계좌 발급 계좌는 단 2개였지만 계좌 잔액은 7865억원에 달한다.

금융위는 지난 8일부터 시중은행 현장점검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실태 △실명확인시스템 운영 준비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점검 결과 미흡한 부분이 발견되면 가상계좌 발급 업무를 정지하는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김용범 부위원장 역시  "불법자금의 문지기(Gate Keeper) 역할을 하는 은행권에서 사전에 충분한 검토없이 가상화폐 거래소에게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수차례 질타하면서 은행권은 급히 '몸 낮추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아파트 관리비나 등록금 등 제한 목적으로 고안된 가상계좌 서비스를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에 광범위하게 활용해 투기거래를 조장하고 금융거래 투명성을 저하시켰다고 자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과 거래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법인계좌 밑에 다수 개인의 거래를 담는 일명 '벌집계좌'로 방향을 전환하거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적용하는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은행으로 옮겨야 한다. 법인계좌 밑에 다수 개인의 거래를 담는 벌집계좌는 장부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고객을 수용할 수 없다. 가상계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