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패션 신바람
'못생긴' 패션 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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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렌시아가 2018 가을겨울 컬렉션 룩 67, 풀드 파카 제품 (사진=발렌시아가 공식 홈페이지)

프랑스 발렌시아가·베트멍 이끈 투박하지만 편안한 '고프코어' 인기
멋내기용 점퍼 아노락 출시 봇물…스포츠 브랜드 '못난이열풍' 동참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촌스러울수록 '멋쟁이' 소리를 듣는 시대가 찾아왔다. 1990년대 인기를 끌던 길거리(스트리트) 패션이 2018년 '어글리 패션(Ugly Fashion)'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유행을 이끄는 '패션 피플'은 말쑥한 옷차림 대신 통 큰 바지에 투박한 운동화를 신고, 로고가 크게 새겨진 티셔츠에 품이 넓은 점퍼를 걸친다.

해외에선 일찍이 '고프코어(Gorpcore)' 차림새가 주목을 받았다. 고프코어는 야외 활동에서 간식으로 즐겨 먹는 그레놀라, 오트, 레이즌, 피넛의 앞 글자를 따 만들어진 단어 고프(Gorp)에서 나온 패션 용어다. 산에 바로 올라도 될 정도로 투박하지만, 편안한 옷차림을 말한다.

패션업계에선 고프코어가 하나의 패션 흐름으로 정착하게 된 데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Balenciaga)와 베트멍(Vetements) 공이 컸다고 본다. 두 브랜드에선 2017년 컬렉션부터 모자가 달린 방풍용 점퍼 아노락과 스웨트셔츠, 스니커즈를 활용한 고프코어 룩을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었다. 야외 활동을 할 때나 입던 옷들을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오버사이즈 핏 상·하의와 겉옷, 강렬한 색상 아이템을 활용한 자유분방한 배색, 아이템 간 믹스 매치는 고프코어가 트렌드 중심에 있음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그는 "너무 크진 않을까, 격식에 어긋나지는 않을까 시도를 망설여왔던 패션 아이템들이 있다면, 지금이 기회다. 못생기면 못생길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 베트멍 2018 가을 컬렉션 (사진=베트멍)

이번 시즌 국내 패션업계에서도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못난이 패션 유행을 따른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아노락 출시가 봇물을 이루는데, 젊은 층에서 '멋내기용 점퍼'로 유행한다는 점을 반영했다. 영국 전통 축구 브랜드 엄브로에선 도프 컬렉션(DOPE COLLECTION)을 통해 독특한 테이프 장식이 있는 아노락을 국내에 소개했다.

밀레에델바이스홀딩스의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에선 1921년에 출시됐던 정통 아노락 재킷을 복각한 '밀레 클래식 1921 아노락'(9만9000원)을 선보였다.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자체 개발 방풍 기능성 원단을 외피로 사용해 기능적인 면을 강화했다. 회사 측은 "빨강, 파랑, 하양 삼색의 강렬한 색상과 앞판에 사용된 큰 주머니, 클래식한 로고 스티치 자수, 광택감 없는 원단이 복고풍 패션 연출에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어글리 패션 유행을 주도한 아이템은 '패션의 완성'으로 꼽히는 운동화다. 스포츠 브랜드에선 일제히 투박한 운동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못난이 운동화 바람과 함께 휠라에서 1월 첫 선을 보인 '휠라 레이'의 경우 초도 물량 8만 켤레가 모두 팔렸다. 휠라 레이는 복고풍 '어글리 스니커즈'로 복잡한 패턴과 묵직한 밑창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 헤드 스니커즈 '스크래퍼' (사진=코오롱FnC )

밀레에서도 디자이너 브랜드 스펙테이터와 협업한 트레킹화 '서비스 러너 II'를 출시하며 못난이 신발 열풍에 올라탔다. 건강한 도보를 돕는 밀레의 기능성 트레킹화 '볼케이노'에 안태옥 스펙테이터 디자이너의 창의적 디자인이 더해졌다. 갑피 전체를 360도 모든 방향으로 투습이 이뤄지는 '고어텍스 서라운드(GORE-TEX SURROUND)' 소재로 만들어 착용감이 쾌적하다.

한승우 밀레 브랜드전략본부 이사는 "어글리 패션 핵심은 투박함 속에 은근한 세련미를 갖추는 것"이라며 "디자이너와 협업을 추진해, 아웃도어 슈즈의 단단하고 투박한 외양과 기능성은 살리되 섬세한 디자이너 감성을 입힌 슈즈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운영하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헤드(HEAD)에선 복고풍 디자인이 눈에 띄는 키 높이 스니커즈 '스크래퍼'를 출시했다. 하얀색에 단순한 디자인으로 교복뿐 아니라 플리츠 스커츠나 청바지와도 어울린다. 헤드 로고가 새겨진 밴딩이 있어 슬립온처럼 편하게 신을 수 있다. 4.5cm 굽으로 다리가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준다. 가격 10만9000원.

▲ 휠라레이, 스케쳐스 DLT-A 운동화, 엄브로 범피, 밀레 서비스 러너 II, 나이키 에어 맥스 98 (사진=각 사)

엄브로에선 어글리 운동화 '범피(BUMPY)'를 공개했다. 울퉁불퉁한 아웃솔 디자인에서 이름을 딴 범피는 유행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가죽과 매시 소재로 만든 갑피에 묵직한 바닥 부분이 합쳐져 발이 뭉툭하게 커 보인다. 범피는 검정, 하양, 분홍, 노랑으로 출시됐다.

나이키는 어글리 패션 유행에 힘입어 1998년 일본에서만 발매됐던 '에어 맥스 98' 모델을 20년 만에 다시 출시했다. 뭉툭한 앞코와 두툼한 밑창 디자인으로 다소 투박해 보이는 이 제품은 과거 같은 라인인 '에어 맥스 시리즈' 상품 중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못생기면서도 세련된 운동화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새 에어맥스 98은 과거 에어맥스 98 디자인에 파랑, 빨강, 하양 3가지 색이 추가됐다.

스케쳐스에서도 스트리트 캐주얼 룩을 반영한 2018 '디엘티 에이(DLT-A)' 컬렉션을 선보였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즐거움의 가치'라는 의미를 담은 DLT-A은 '(딜라이트, 타임리스 애티튜드·Delight, Timeless Attitude)' 약자다. 지난해 가을·겨울(F·W) 시즌에도 소비자들 사이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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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원희 2018-05-03 12:59:11
데님쪽에서는 브라디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