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맥주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맥주 종량세 개편이 결국 무산됐다. 수입맥주와 국산맥주 간 과세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세제 개편이 적극 추진되는 듯했지만 수입맥주 가격 인상 우려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보인다.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 51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내년도 세법개정안이 심의·의결된 가운데 맥주 과세체계 개편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세제 개편에 앞서 국세청과 업계 건의에 따라 맥주 과세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 현재 맥주 과세체계는 가격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이다.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이윤과 판매관리비를 더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지만, 수입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수입맥주가 국산맥주에 비해 세금 부담이 적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가격이 아닌 출고량에 따라 리터(ℓ)당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기재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지난 10일 공청회를 열고 종량세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수입맥주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소비자들 사이에 확산되자, 정부도 맥주 과세체계 개편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8일 "맥주 종량세 전환은 조세 형평 측면과 함께 소비자 후생 측면도 모두 봐야 한다"며 "세금을 올리면 일상에 시달린 뒤 집에서 맥주 한 잔 마시는 서민들에게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내년도 종량세 전환은 최종 무산됐지만 한국수제맥주협회 등 국산맥주업계에서 과세체계 전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이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종가세를 택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칠레, 멕시코 등 3개국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