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대비 철저"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가운데 글로벌 항공사들이 중국노선을 대상으로 운휴에 돌입하고 있다. 이는 발원지인 우한을 포함해 중국 전 지역의 비행을 취소하는 승객을 늘어나면서 수요가 급감하고, 감염자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로 해석된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세계 항공사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발원국인 중국 대부분 지역의 노선 운항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항공사들은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불안감이 커지자 발원지인 우한 뿐 아니라 중국 자체의 노선을 취소하는 고객들이 넘쳐나고 있어 수요와 안전 차원을 고려해 중국 노선 운휴를 결정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내달 9일부터 3월 27일까지 로스앤젤레스(LA)-상하이·베이징 노선의 항공편을 대상으로 운휴에 들어갔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도 같은 달 1일부터 8일까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홍콩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고, 프랑스 최대 항공사인 에어프랑스도 내달 9일까지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라이온에어와 인도의 인디고항공은 청두와 홍콩 항공편 운항을 중단, 홍콩 케세이퍼시픽과 케시이드래곤항공도 3월 말까지 중국 본토 항공편을 절반 이상 감축 운항키로 했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와 자회사 스위스항공, 오스트리아항공은 중국 전 항공편의 운항을 내달 9일까지 중단하기로 했으며 이집트항공과 에어캐나다, 스페인 이베리아항공, 브리티시항공은 중국 직항편 전체에 대해 상황이 나아진다는 추가 공지가 있기 전까지 무기한 운휴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이뤄진다. 현재 국내 항공사들이 공식적으로 운항 중단을 밝힌 중국 노선만 31개에 달한다. 감편 노선은 6개로 집계됐다. 에어부산 등 항공사들은 중국을 오가는 항공기를 대상으로 방역 소독에 나섰다. 더해 직업상 외부에 가장 활발하게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전 노선 마스크와 장갑 착용을 의무화했다.
향후 운휴 노선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3년 사드와 2015년 메르스 당시 상황을 미뤄봤을 때 2~3개월 뒤에 가장 절정일 것"이라며 "추가 운항중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로 퍼진다면 어떤 피해를 볼지 모른다"며 "그런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금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는 세계적으로 7834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중국 내 확진자는 7736명이다. 국내는 현재 기준 7명으로 늘었다.
한편, 이날 우한과 인근지역 교민 368명은 정부 전세기(대한항공 KE9884편·B747 여객기)를 타고 오전 8시께 귀국했다. 이 가운데 18명이 발열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증상을 보여 곧 바로 국립중앙의료원(14명), 중앙대학병원(4명)으로 각각 이송돼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우한에서 근무하다 이날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한 여객은 "전날 오후 9시까지 공항에 집결했고 2차에 걸쳐 체온 측정, 보안절차를 밟은 뒤 오늘 새벽 6시 비행기에 탔다"며 "우한 거리엔 정말 사람 한명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공항엔 방독면을 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조금이라도 발열증세가 있으면 비행편에서 제외됐다.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더해 "도착 후 3시간에 걸쳐 또 한번의 발열체크 등의 절차를 밟고 지금 아산으로 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들은 임시 숙소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가서 14일간 외출과 면회 금지 등의 격리생활을 하게 된다. 이후 의심증상이 없으면 집으로 귀가가 허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