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꼬일 대로 꼬인 세운지구 개발계획, 무엇이 문제인가
[초점] 꼬일 대로 꼬인 세운지구 개발계획,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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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촉진지구 해제 반대 청원···지주·상인·주민 모두 불만
서울 중구 세운3구역 일대 공구상가 거리 모습.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 중구 을지로3가 세운3구역 일대 공구상가 거리 모습.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서울시가 지난달 세운지구 일대 개발 계획을 보전·재생 중심으로 돌리고 촉진지구 해제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있다.

15년 넘도록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데다 새롭게 발표된 정책이 180도 뒤집어진 탓에 상인, 시민들은 물론 지주, 시행사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세운 3-8, 3-10구역 촉진지구 해제 추진 철회' 청원을 채택했다. 청원의 요지는 3-8·10구역의 촉진지구 해제가 3구역 전체 생태계 및 통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해제 추진을 철회해달라는 것이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초 2006년부터 이어온 세운지구 일대 개발 계획을 뒤집고 도시재생 대책을 발표했으며, 이달부터 세운 일대 재정비촉진지구의 대다수 구역을 해제할 방침이었다.

시의회는 청원 심사보고서를 통해 세운지구 일대는 기초 인프라 시설이 매우 열약하고,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개별 건축물의 신·증축 등 난개발이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존 산업 유형에 적합하지 않은 건축물이 세워지고, 기존 기계·정밀산업의 내몰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청원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시의회 청원이 채택된다고 해서 종속적인 법적 구속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본회의에서 질의의 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공개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시에서 압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심사보고서 주민공람 결과에 따르면 3구역 외에도 의견을 제출한 2·5·6구역 대부분의 토지등소유자들은 구역 해제 대신 개발 연장을 택했다. 시행사 및 지주들은 개발 계획이 뒤집히면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개발계획 일정에 맞춰 정비든, 이주든 결정을 내리고 움직여야 하는데 사업이 차일피일 지연되면서 집수리는 물론, 사업도 연결시키지 못하면서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세운지구 시행을 맡았던 한호건설 관계자는 "10여년 전부터 세운 개발에 발을 들였지만, 오래도록 진척이 없었던 탓에 이미 사업 손실이 크고,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공동주택 분양가 산정에도 진척이 없으면서 주상복합 대신 오피스텔로 전환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대 상인들과 시민들의 불만도 거세다. 차일피일 미뤄지는 계획에 많은 공구상들이 이미 떠나간 데다 보전 방식 전환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이 미흡하다며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서울시가 지역 상인들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흔들고 있다면서 강력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강문원 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시에서 상인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80차례 이상 논의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협의체를 구성한 것 전혀 없고 우리들의 의중을 마음대로 해석하곤 대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이정도면 마음에 들겠구나' 정도로 발표한 것에 불과하고 제대로 된 회의 이뤄진 적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세운지구는 예로부터 기술자들로 발달된 아주 오래된 지역 및 문화적 가치를 지닌 지역"이라면서 "개발이익만 쳐다보고 '재개발을 해야 한다', '슬럼화됐다'고 주장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세운지구를 둘러싼 구성원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달 대책을 내놨고, 지구 해제 역시 법적인 절차에 따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역사도심재생과 관계자는 "지난 3월 큰 틀에서 대책을 발표했고 사업인가신청이 되지 않은 지역의 경우 법적으로 일몰 대상에 들어가게 돼 있다"라며 "주민 의견을 듣고 절차를 밟았으며, 해당 청원 역시 이미 구역이 해제된 상태에서 올라온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연말까지 보다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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