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으로 전망되서다.
한은 금통위는 28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열린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50%로 기존 대비 0.25%p 하향조정한 직후 이 같은 내용의 통화정책방향문을 발표했다.
통방문에 따르면 올해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지속됐다. 소비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수출도 큰 폭 감소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충격으로 4월 수출이 24.3% 급감한 데 이어 5월에도 20일까지 수출 감소세(-20.3%)가 이어지는 등 경제 타격이 심각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방문은 앞으로 국내경제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를 큰 폭 하회하는 0% 내외 수준으로 예상되며,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하항한 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0.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하향조정했는데, 이를 마이너스(-)까지 끌어내린 것이다. 한은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제시한 건 2009년 7월(-1.6%) 이후 처음이다.
실제 마이너스 성장률이 실현된다면 1953년 한은이 GDP 통계를 편제한 이후 세번째 역성장이 된다. 이전 역성장 기록은 1980년(-1.6%), 1998년(-5.1%) 두 차례 뿐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폭 축소 등으로 0%대 초반으로 크게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1월(1.5%), 2월(1.1%), 3월(1.0%)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0.1%로 떨어져 5월부터는 마이너스(-) 전환이 예상된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금통위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문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0.75%에서 0.50%로 하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경제활동이 제약되면서 크게 위축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의 적극적인 통화·재정정책, 경제활동 재개 기대 등으로 주요국 주가가 상승하고 국채금리와 환율의 변동성이 축소되는 등 불안심리가 상당폭 완화되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각국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었다. 소비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수출도 큰 폭 감소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졌다. 고용 상황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 감소폭이 크게 확대되는 등 악화되었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를 큰 폭 하회하는 0% 내외 수준으로 예상되며,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폭 축소 등으로 0%대 초반으로 크게 낮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0%대 초반으로 하락하였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중반으로 소폭 하락하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 수요측면에서의 상승압력 약화 등으로 금년중 0%대 초반을,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안정,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 등으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축소되었다. 장기시장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주가는 상승하였으며, 원/달러 환율은 좁은 범위에서 등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축소되었으며 주택가격도 오름세가 둔화되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전개 상황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