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밟기 시작한 이스타항공의 최종구 사장이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김유상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사장은 이스타항공 경영난에 대한 책임과 건강상의 이유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지만 사장직은 유지한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사내등기임원이 최 사장과 김 부사장 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봤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최 사장은 김 신임 대표이사와 법정관리 이후 매각작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사장과 김 신임 대표는 법정관리를 위한 예납금도 사비로 마련하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은 법원에 예납금을 납부해야하는데 이스타항공의 경우 7000만원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후 새 인수자를 찾아나서는 등 재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실패했다. 이후 지난 1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법원은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회생절차 신청을 받은 법원이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리는 데까지 4~5일 정도 걸리나 이스타항공의 신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신청 하루 만에 금지 명령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채권자는 채무자인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채권을 상환받기 위한 권리 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이스타항공의 독자적인 경영 활동도 중단된다. 아울러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과 퇴직금 700억원을 포함해 항공기 대여료와 공항 이용료 등 2400억원의 미지급금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매각 협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스타항공 측은 이례적인 신속한 포괄적 금지 명령이 내려진 것을 고려할 때 법원은 이르면 이달 내로 회생절차 개시 여부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일 법원이 회생절차를 거부하면 이스타항공은 파산하며 청산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법원이 "이스타항공이 비용 절감을 해온 점 등을 고려해 M&A를 통해 회사의 전문기술과 노하우가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회생 절차 신청을 거부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은 공개 경쟁입찰이나 수의 계약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매각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법원 주도 인수 절차가 진행되면 인력 조정 등의 임직원 인사도 법원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노사 갈등 사안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회생까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9개월가량이 소요되지만 이번 상황으로 봤을 때 이르면 상반기 내로 매각이 완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건설업체 1곳, 금융업체 1곳, 사모펀드(PE) 2곳 등 총 4곳이 이스타항공 측에 인수 의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