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고공행진'···가계빚 1천700조 부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최근 독립을 결정한 직장인 A씨(33). 서울에 위치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알아보다 '대출절벽'을 실감했다.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이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50%까지만 받을 수 있는데,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대출한도 자체가 줄어 주택구입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A씨는 신용대출도 함께 알아보고 있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는 탓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주택 구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속속 인상하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조치인데,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내집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주담대 금리 인상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5일부터 주담대와 신한전세대출(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금리를 0.2%p씩 인상했다. 아울러 MCI·MCG 대출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MCI·MCG 대출은 주담대를 받을 때 함께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대출자는 MCI·MCG 대출을 통해 소액임차보증금을 포함한 금액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소액임차보증금이 37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해당 대출이 중단되면 앞선 A씨의 경우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가 3700만원 줄어들게 된다.
NH농협은행도 지난 8일부터 주담대 우대금리를 연 0.3%p 인하했다. 신규 대출자에게 제공하던 0.2%p의 우대금리를 없애고 단기변동금리형 주담대에 적용되던 우대금리를 0.1%p 내렸다.
다른 은행들도 두 은행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주담대 금리 인상 검토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현재까지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진 않지만 신한·농협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수요가 나머지 은행으로 몰릴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목적인 것도 있지만 한 은행이 금리를 올리거나 하면 대출이 다른 은행으로 쏠린다"며 "이를 방지하려다 보니 시기적으로 다같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대출금리가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부담 역시 확대되고 있다. 시장금리의 벤치마크로 쓰이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경기회복 기대감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1.6%에 육박한 상황이다.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전날 연 2.028%까지 치솟으며 2년 만에 2%선을 돌파했다.
특히, 코로나19 생활자금 수요 확대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로 불어난 상황이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 부담과 함께 경제적 충격도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빚은 역대 최대 규모인 172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고 있고 한국도 금리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신용대출 금리는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이미 너무 많이 쌓였기 때문에 요즘 당국에서도 대출 속도 조절 차원에서 (금리 인상에) 크게 개입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한편으로는 서민층이나 실수요자들 부담도 같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사실 다루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