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 5~6위···'1조 클럽' 총 18명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삼성가의 상속 절차가 지난 달 마무리되면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 일가의 주식 재산 판도도 크게 요동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家) 4명이 주식 부자 1~4위에 올라섰다. 주식 가치 1조원을 넘어선 총수 일가는 18명으로 집계됐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 연구소는 '국내 60개 그룹 주요 총수(總帥) 일가 90명 주식평가액 현황 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5월 기준 자산 5조 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 집단(그룹) 71곳 중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60곳이다. 주식평가액 대상은 총수를 비롯해 주요 오너가 90명이다.
결과에 따르면 60개 그룹 90명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평가액은 지난 달 30일 기준, 98조 3300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삼성가의 몫은 42조1000억원 규모로, 전체의 42.8% 비중을 점했다. 이는 4월 말 기준 국내 시가총액 순위 10위 셀트리온(36조 6200억 원)보다 높고, 8위 현대차(45조 2900억 원 수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국내 주식부자 왕좌 자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라섰다. 고 이건희 회장이 오랫동안 유지해 오던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 부회장의 올 초 주식평가액은 9조 5747억 원, 3월 말에는 8조 9200억 원대였지만, 상속 절차가 완료되면서 4월 말 기준 15조 6167억 원으로 급증했다.
한 달 전보다 7조 원 넘게 주식재산이 불어난 것이다. 15조 원이 넘는 주식재산 중 절반은 삼성전자 주식가치에서 나왔다. 이 부회장은 3월 말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4202만 150주를 보유했지만, 4월 말에는 5539만 주가 넘는 주식을 법정 상속 비율대로 물려받아 총 9741만 4196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보통주 주식가치는 4월 말 기준 7조 9300억 원을 넘어섰다. 이외 삼성물산이 4조 6000억 원, 삼성생명 1조 7000억 원, 삼성SDS 1조 3000억 원대 지분가치를 보였다.
주식부자 '넘버2'는 홍라희 여사가 꿰찼다. 홍 여사의 지난 달 말 주식가치는 11조 4319억 원으로 '주식갑부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3월 말 기준 주식가치가 4조 4000억 원 수준이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새 배(倍) 이상 주식재산이 불어난 것이다.
홍라희 여사 역시 삼성전자 지분이 대폭 많아진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홍 여사는 상속 전만 해도 삼성전자 주식을 5415만 3600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달 말부터 1억 3724만 4666주로, 개인 중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게 됐다.
주식부자 3~4위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 자매가 차지했다. 3월 말까지만 해도 이들의 주식가치는 1조 8000억 원 정도로 같았다. 상속 이후 한 달이 지난 4월 말에는 이부진 사장 7조 7800억 원 수준으로, 이서현 이사장은 7조 2100억 원 이상으로 4위에 올라섰다.
두 자매의 주식가치 급등 배경에도 삼성전자가 있었다. 올 1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주식이 한 주도 없던 이들은 상속을 통해 5539만 4044주를 넘겨받았다. 이 주식가치만 해도 4조 5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두 자매의 주식가치는 삼성생명 주식에서 갈렸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생명 주식 1383만 9726주(6.92%)를 넘겨받은 반면 이서현 이사장은 691만 9863주(3.46%)를 받았다.
삼성가 4명의 뒤를 잇는 국내 주식부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6조7106억원↑)과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5조6000억원↑)이 차지했다. 다음으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4조 9600억원↑) △정의선 현대차 회장(3조 7300억원↑) △최태원 SK(034730) 회장(3조 5800억원↑) △구광모 LG 회장(3조 48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공정위가 지정한 71개 기업집단에 포함되지는 않아 조사 대상에서 빠진 방시혁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주식평가액은 3조 원 수준으로 계산됐다. 방 대표의 친척인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2조 6800억 원 수준의 주식평가액 수준을 보였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2조 2000억 원을 넘어섰다. 71개 기업 집단에 포함되지 않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도 2조 1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총수 일가 중 주식부자 1조 원대는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1조 9000억 원↑)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아산재단 이사장(1조 4700억 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1조 2900억 원↑) 이재현 CJ 회장(1조 2500억 원↑), 조현준 효성 회장(1조 2400억 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1조 100억 원↑) 등이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공정위가 올해 새롭게 지정한 그룹 총수의 주식평가액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4700억 원↑),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1600억 원↑), 중앙홀딩스 홍석현 회장(900억 원↑), 엠디엠 문주현 회장(860억 원↑) 등으로 파악됐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과 구교운 대방건설 회장은 그룹 내 상장 계열사 주식을 따로 갖고 있지 않았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향후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주식을 모두 물려받고,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될 경우 10조 원대 주식가치를 보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국내 재벌가 주식부자 상위권 판도가 이때 다시 한 번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삼성에서 독립해 위성 그룹을 만들 때 삼성전자 지분 등을 처분하게 될 경우에도 국내 재벌가 주식부자 순위가 뒤바꿔질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