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문턱 낮추고 인센티브 늘려
업계 "내년부터 경쟁 심화 전망"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저축은행 등의 영역이었던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관련 대출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다. 저축은행 역시 올해 중금리대출을 더욱 늘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금리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중금리 신용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 12일 중·저신용자 대출상품 금리를 최대 1.2%포인트(p) 인하했다. 기존 중금리대출 금리는 5~8%대인데, 이날부터 새로 취급하는 상품은 최저금리가 4%대로 낮아진다.
중·저신용자는 신용점수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820점 이하(4등급 이하)인 고객으로,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고신용자 대출 한도도 함께 축소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일반 신용대출은 1억원에서 7000만원으로 낮춘 것.
케이뱅크는 오는 2023년까지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고객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상품 '신용대출 플러스'와 '제2금융권 연계대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편, 연내 정책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도 출시할 예정이다.
신용평가 시스템 개편을 마치면 중금리대출 취급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 은행의 설명이다. 중금리대출은 1금융권을 이용하는 고신용자와 2금융권의 고금리대출을 이용하는 저신용자 사이에 놓인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 상품이다.
저축은행들의 주요 영역이었던 중금리대출 시장에 경쟁자가 늘어난 것은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인터넷은행이 도입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유치에 주력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 당국은 앞으로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 이행 여부를 꼼꼼히 점검하고, 공급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신사업 진출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업계는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중금리대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당국이 중금리대출 관련 제도를 손보면서 인터넷은행뿐 아니라 타 업권도 중금리대출을 더 적극적으로 취급할 것이란 전망이 짙다.
금융위는 최근 중·저신용층에 공급되는 모든 중금리대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금리상한 요건을 낮추는 등 민간 중금리대출 요건을 손질했다. 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중금리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업권별로 중금리대출의 금리상한 요건은 은행 6.5%, 상호금융 8.5%, 카드 11.0%, 캐피탈 14.0%, 저축은행 16.0%다. 현행보다 각 3.5%p 낮췄다.
중금리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은 인센티브와 함께 '박리다매'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 그만큼 고객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때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는 이미 중금리대출의 평균 금리가 많이 낮아진 상황이어서 중금리대출을 많이 취급할수록 수익성도 커진다"면서 "법정최고금리가 인하되면 대출 금리가 전반적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중금리대출에 소극적이었던 저축은행들도 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인터넷은행보다는 업권 내 경쟁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간 상대적으로 중금리대출을 적극 취급하지 않았던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마진이 낮긴 해도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에 비해 리스크가 적은 중금리대출을 늘리면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는 점에서 중금리대출 고객 잡기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권별로 소비자군이 다르긴 하지만, 중금리대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저축은행에다 인터넷은행, 카드사, 빅테크 등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당국의 지원에 더해 경쟁자들의 출현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상품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고객 입장에선 더욱 좋은 조건에 돈을 빌리기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