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빙하기' 현실로···치솟는 전셋값 마련도 쉽지 않아
'대출 빙하기' 현실로···치솟는 전셋값 마련도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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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우리은행, 전세대출 속도조절 돌입
전셋값 상승·대출 금리 인상에 수요자 부담↑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심상찮은 전세자금대출 증가세에 은행들이 잇달아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떨구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대출금리 인상을 꾀하거나 아예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근 곳도 있다.

전셋값 급등으로 대출 수요는 더욱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은행의 전세대출 옥죄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어서 서민들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4월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12조97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들어 4개월 만에 7조7000억원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같은 기간 대비 2조2932억원 늘며 증가폭이 가장 컸고, △하나은행(1조9171억원) △신한은행(1조7642억원) △국민은행(1조2891억원) △농협은행(5014억원) 순으로 대출 잔액이 늘었다. 가파르게 오른 전세가격이 대출 규모를 불리는데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이같은 증가세는 은행권 대출 옥죄기의 배경이 됐다. 전세대출 수요가 급증한 우리은행은 오는 6월까지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신규 취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전세대출 한도를 분기별로 관리하고 있는데, 2분기 한도를 소진했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올초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전세대출 속도조절에 나섰으나, 예상보다 한도가 빠르게 바닥났다. 타행으로 갈아타는 경우 또는 대출을 신청했다가 취소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수요자들은 오는 7월부터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올 들어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0.2%포인트(p), 서울보증보험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0.1%p 깎은 바 있다.

나머지 은행들의 경우 한도 관리를 위해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진 않지만, 증가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고민도 깊다"면서 "아직 조치에 나서지 않은 은행으로 전세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엔 한도관리 흐름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세대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데 있다. 실제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지난 3월 처음으로 6억원을 돌파한 후, 지난달 6억400만원을 기록,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

임대차 3법 전격 시행과 더불어 저금리 환경 속 이어지는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에도 전셋값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진단한다.

전세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릴수록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예전만큼 전세대출을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상황에서 높아지는 대출 이자율이 수요자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서민의 주거안정과 연관돼 있는 만큼 민감한 부분"이라면서 "다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어,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높아지는 대출 문턱에다 대출 금리 인상, 전셋값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차주가 느끼는 부담감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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