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발톱' 드러낸 금통위원들···금리인상 '카운트다운'
'매의 발톱' 드러낸 금통위원들···금리인상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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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금통위 의사록, 6명 중 5명 코로나 확산에도 인상에 무게
'소수 의견' 고승범 "'부채 함정' 위험 증대···0.25%P 상향 필요"
'자산시장 버블·금융 불균형 누증' 여전···8월 인상 가능성 대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당시 고승범 위원이 '0.25%P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내비친 데 이어 이날 공개된 회의록에서는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금통위 위원들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색채가 더욱 짙어진 것이다.

지난달 이주열 한은 총재의 강력한 매파적 메시지 이후에도 집값 상승 및 부채 누증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빠르면 이달 금통위 회의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 "'4차 대유행' 우려에도···통화정책 조정 검토 시기"

3일 한은이 공개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2021년도 제14차)'에 따르면 금통위 다수의 위원들은 최근 빚어진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향후 성장경로에 미칠 영향을 조금 더 지켜본 뒤, 가까운 시일 내에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세 동향을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먼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메시지를 던진 한 금통위원은 "최근 감염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돼 회복 흐름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고용시장에선 업종별·종사지위별로 불균등한 회복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도 2019~2020년 두해 연속 0%대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중기적 시계에선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양극화 충격이 더욱 가중되고 있어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는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완화적 통화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과열과 과도한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상황을 그대로 놔두면 '부채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통위원들이 노골적으로 '매파'(통화긴축지향)적 색채를 드러낸 것이다. 최근들어 부쩍 8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했던 고 위원은 "거시경제는 당초 5월 전망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와 물가흐름을 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실물경제 상황만으로는 금리 수준 조정 필요성이 시급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완화적 통화정책은 자산시장의 가격 상승도 초래했다. 최근과 같은 부채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과도한 부채부담으로 금리 정상화가 불가능해지는 소위 '부채함정'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금융 부문에서는 유례없는 레버지리와 위험선호 성향이 심화되면서 관련 리스크가 누적되는 모습"이라면서 "지난해 초 이후 주요 도시의 주택 실거래가격과 주요국 주가 상승률을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서 실물경제 성장률과 실질금리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상승세"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을 정해나가야 한다. 우려했던 금융불균형 위험이 더욱 확대되지 않는지 제반 위험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금융불균형 누증은 여전···발표만 앞둔 '긴축 시계'

이처럼 한은은 '제로금리' 이후 가장 매파적인 의견을 내비친 것은 물론, 금융당국에서도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한 '대출 조이기'를 통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안정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081억원으로, 전월 689조1073억원과 비교해 약 6조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489조5873억원)은 전월 대비 4조원가량 늘었으며 올해 가장 많이 불어났다. 신용대출 잔액(140조8930억원) 역시 2조원 늘었다. 지난달 1일부터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시작됐지만, 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1765조원)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또 가계부채(1936조원)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선 것은 물론, 증가속도는 GDP 증가폭과 비교해 무려 3배나 빠른 속도다. 또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6% 올라 넉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상승폭은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삐 풀린 집값도 문제다.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해 1년 상승폭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1~6월 3.18%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상승률(3.01%)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대국민 부동산 담화'를 통해 현재 집값은 고점이며, 추격매수 자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현재 시장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은 이날 '연준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 차이'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있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고려한다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도 코로나 재확산 추이에 따라 빠르면 이달 또는 10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수셕연구위원은 "수출 등 거시경제 지표가 회복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수 추이가 안정화되는 모습이 보인다면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면서 "물가 상승률 역시 한은이 예상하는 수준보다 높고, 미국과 같이 앞으로 기저효과가 빠진다고 해도 낮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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