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균형 해소" vs "코로나19 재확산 여전"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가계빚이 사상 첫 1800조를 넘어서는 등 줄곧 강조해 온 가계부채 누증 상황은 서둘러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 반면 델타 변이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은 여전히 경기 회복의 강력한 변수로 꼽힌다.
이번 금통위의 결정은 어떤 방향으로도 나름의 당위성이 있는 만큼, 한은의 리스크 관리 능력도 가늠할 수 있는 무대라는 평가다. 이번 금리 결정은 온전히 한은의 몫인 셈이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 한은 금통위 금리 결정을 두고 상반된 시각이 충돌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채권 전문가(200명) 10명 중 7명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지난달 금통위 때보단 금리 동결을 예상한 전문가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동결이 다수의 전망이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 설문에선 34명의 전문가 중 18명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진입과도 맞물려 한 때 국내 증권시장에선 외국인의 '셀코리아(한국 주식 매도)' 행렬이 쏟아졌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현재에는 이례적으로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메시지와 함께 글로벌 테이퍼링 공포 심리가 다소 완화되면서 금융시장의 탠트럼(발작)은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사실 대부분의 전문가 의견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부채 누증, 높은 물가상승률 등 한은이 줄곧 강조해온 것처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은 꽤나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고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이런 의견이 대세이면 연내 금리 인상이 설득력을 얻는다.
핵심은 코로나19 상황을 어느 수준까지 감내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고, 늦지 않게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타이밍이다. '피크아웃(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먼저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이는 무엇보다 금융불균형 해소에 방점이 찍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가계부채 누증과 동시에 증시 및 가상화폐 등 자산시장의 과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기회날때마다 금융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전일 발표된 가계신용은 한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행보에 더욱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조이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가계빚은 2분기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한 것은 물론, 사상 첫 1800조원을 돌파했다.
이와 함께 견조한 수출 호조세에 따른 2분기 성장률의 긍정적인 평가, 현 정권의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전국적인 '부동산 불장' 상황 등은 한은이 더 이상 금리 인상을 미룰 수 없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수준까지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했으며, 금융안정을 우선 순위로 꼽은 만큼 인상 가능성이 크다"면서 "연일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겨냥한 발언이 계속되고, 최근까지 금통위 회의에서 언급된 발언 등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논거"라고 말했다.
반대로 금리 동결에 나설 경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이 동결 결정에 가장 큰 요인일 것이란 관측이다. 실물경제 회복이 지표로 드러나고, 가계부채 오름세도 확인되지만 델타 변이에 따른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비심리지수는 여전히 낙관적인 흐름이지만 두 달째 위축되는 등 소비자들의 심리는 크게 훼손되기 시작했으며, 제조업 업황도 5개월 연속 둔화되는 상황이다.
지난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한 고승범 금통위 위원이 사퇴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금통위 내 대표적 매파였던 고 위원의 이탈로 매파적 성향의 위원은 최대 2명 수준일 것으로 보이며, 이들 마저도 코로나19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위원들의 발언에 더욱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결국 상하방압력이 동일하다면 금통위는 '안정'을 택할 것이며, 불확실성을 한 꺼풀 벗겨낸 뒤 오는 10월께 인상에 나설 것이란 평가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 금리 인상은 8월이나 10월이나 크게 상관 없다는 것이 중론이며, 즉 전염병 확산이 어느 정도 주춤해진 이후 정책 대응을 시행해도 된다는 것과 동일하다"면서 "대선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정책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당장의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코로나19 상황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할 수 있는 판단일 것"이라고 전했다.
기준금리가 실제 올라간다고 해도 시장에 미칠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시장에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전방위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주요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지난 1년 새 1%포인트(p)에 가깝게 뛰었다. 지난 6월 예금은행의 예대마진(잔액 기준)은 2.12%p로 지난해 말(2.05%p)보다 확대됐다.
공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8월 인상 여부에 대한 팽팽한 의견들이 한 쪽으로 정리되고, 그 과정에서 변동성 흐름은 당연히 나타나게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한은에서 꾸준히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와 같이 실제로 금리 인상을 예상하지 못한 참여자들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레벨 자체가 기존에 보지 못했던 레벨의 변화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