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기준금리가 2년9개월여 만에 인상되면서 15개월동안 유지된 0.5%의 초저금리 시대도 함께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이 학습효과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회복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경제회복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부채 누증, 높은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현재의 연 0.50%인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고,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 세 번째 인상이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3월 '빅컷'(1.25%→0.75%)과 5월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기준금리를 끌어내렸다.
이후 같은 해 열린 금통위(7·8·10·11월)에서는 모두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며, 이번 회의 전으로 열린 올해 다섯 차례 회의에서도 모두 동결로 결정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코로나19 전개 상황의 불확실성을 일부 걷어내면서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 부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 회복 흐름 둔화 가능성은 줄어든 상황에서 한은이 줄곧 강조해 온 금융불균형, 즉 가계부채 누증 상황과 높은 물가상승률의 흐름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를 코로나19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점검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날 올린 금리 수준도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언급한 것을 고려할 때 연내 금리 인상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문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0.50%에서 0.75%로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세계경제는 주요국의 백신 접종 확대, 경제활동 제약 완화 등으로 회복세를 이어갔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주요국 국채금리가 하락했으며, 미 연준의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 등으로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신흥시장국 주가는 하락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정도와 백신 보급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및 파급효과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다소 둔화됐으나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설비투자도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가 지속되는 등 개선세를 이어갔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가 백신접종 확대, 추경 집행 등으로 점차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년 중 GDP성장률은 지난 5월에 전망한대로 4%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지속, 서비스가격 상승폭 확대 등으로 2%대 중반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대 초반을 나타냈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금년 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월 전망치(1.8%)를 상회하는 2%대 초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영향받아 주가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당폭 상승했다. 국고채 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하락했다.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확대됐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