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30일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코로나19 상황 발생에도 정부의 과감한 재정·금융정책을 통해 금융시스템이 빠르게 회복하고, 역성장 폭이 최소화됐다"고 평가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내년도 금융시장 여건·금융정책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한 경제·금융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화상으로 진행된 가운데 박종규 금융연구원장,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 조영서 KB경영연구소장,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석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 2년간 전례없는 경제충격 발생에도 국민들의 자발적 방역과 백신 접종 참여, 과감한 재정·금융정책 추진 등의 결과, 금융시스템이 빠르게 회복됐다"며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유동성 애로도 상당부분 완화됐으며, 기업들의 연쇄도산이나 고용불안 없이 역성장의 폭을 최소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이러한 회복과정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의 단순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앞으로 우리의 대처방식과 준비상황에 따라 향후 우리 경제와 금융산업의 10년 이후 모습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구기관장들은 금융안정·포용금융 확대를 비롯해 미래성장동력 확보 등을 고 위원장에게 제안했다.
먼저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상황 전개, 선진국의 출구전략 시행 시기 및 강도 등에 따른 불확실성에 주의깊게 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장은 '금융안정이 기반된 금융발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2022년에도 국내외 금리인상 등의 여건을 감안할 때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한 사전점검과 제도적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빅테크의 금융진출 활성화와 관련, 장기적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 규제차익 해소를 통한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 중요하나, 그 과정에서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당국의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핀테크와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한 주문도 있었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블록체인 기반 코인과 NFT, 디파이(De-Fi) 등 가상자산 관련 시장 확대와 디지털 전환·비대면 금융거래 확산에 따라 소비자보호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 확대에 대해 "금융업 인·허가 제도 보완을 통해 생산적인 경쟁과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내년에 대외적인 여건 등을 감안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2023년부터 보험회사에 새롭게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이에 맞춰 도입할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안정적 시행 여건 마련을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금융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으며, 조영서 KB경영연구소장은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수행 과정에서 실수요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적 보완도 지속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간담회와 후속 실무회의 논의 내용 등을 반영, 내년도 금융정책을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고 위원장은 "금일 제언과 후속 실무회의 논의 내용을 적극 반영해 2022년도 금융정책을 구체화하도록 준비하겠다"면서 "앞으로도 금융위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올바른 정책방향을 수립하면서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